아내들
태린 피셔 지음, 서나연 옮김 / 미래와사람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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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남자를 다른 여인들과 공유할 수 있는가?

21세기를 살아가는 여성들에게 이런 질문을 던졌다면 구시대적인 발상에 혀를 내둘렀을 것이다. 그렇다 제정신인 사람이라면 내가 사랑하는 남자를 다른 누군가와 공유한다는 것이 이해도, 용납도 되지 않을 것이다. 어떻게 그것이 가능하겠는가?

사랑하는 누군가를 함께 공유한 사실에 대한 부정적인 비화들은 차고 넘친다. 멀리 갈 것도 없이 조선시대 수많은 후궁을 거느렸던 왕들만 해도 그 숫자만큼이나 복잡한 문제들이 실록에 얼마나 자주 실렸는가? 한 남자를 향한 여인들의 애타는 사랑의 목마름은 과거나 현재나 다르지 않을 것이다. 그렇기에 <아내들>을 읽다 보면 명치가 얹힌듯한 답답함과 뒷목을 잡고 쓰러지기 일보 직전의 상황으로 치닫는 건 어쩌면 읽기 전에 감안했어야 할 독자의 태도였는지도 모르겠다.

목요일, 그녀의 자신을 목요일이라 칭한다. 그리고 목요일은 사랑하는 남편 세스가 방문하는 날이다. 오직 목요일 단 하루뿐인 그날 남편의 방문을 위해 요리를 하고 은근한 밀당을 즐기며 농염한 성욕을 불러일으키는 아내 목요일, 건축업을 하며 잘생기기까지 한 남편 세스에게는 목요일 이외에 월요일과 화요일이란 아내가 두 명 더 있다. 물론 목요일도 그 사실을 알고 있다. 이 대목에서 대부분의 독자들은 한번 뒷목을 잡을 것이다. 아내가 있는 남편임을 알면서도, 그것이 가능한 것인가? 하지만 현실에서 비스무리하게 일어나는 일들이 그렇듯 목요일은 세스를 이해해버린다. 대학 로스쿨 모임에서 만나 사랑에 빠졌지만 아이를 원하는 세스와는 달리 일 때문에 아이를 원하지 않는 화요일은 목요일에게는 이기적인 아내로밖에 비치지 않았으니까.

그런 이유로 세스의 법적인 아내가 될 수 있었던 목요일이지만 응급 자궁 적출 수술을 하게 되며 불임이 된 목요일은 아이를 가질 수 없게 되었고 아이를 너무나 원했던 세스의 바람대로 월요일이 그 자리를 대신하게 된다. 세 명의 아내, 세 집, 상식적인 생활이 아님에도 세스는 무슨 일이 있을 때마다 그의 아내들에게 양해를 구하며 나쁜 남자가 되기를 꺼려 한다. 이 얼마나 이기적인 발상인가,

자신이 아닌 두 아내들이 궁금하지만 세스 앞에서 항상 발랄하고 이해심 넓은 아내인척해야 했던 목요일은 어느 순간 세스의 두 아내들이 궁금해지기 시작하고 암묵적으로 정해진 선을 넘기 시작하며 세스의 두 아내들에게 접근한다.

<아내들>은 뻔한 이야기처럼 다가오지만 목요일인 주인공의 시선으로 각 등장인물들을 바라보며 묘한 가슴 졸임을 만드는 소설이다. 이게 뭐라고 목요일이 다른 아내들에게 접근할 때마다, 세스가 그 사실을 알아채지 않을까 싶어 조마조마 해하면서, 한 남자의 사랑을 갈구하는 아내들의 위태로운 모습에서 느껴지는 짠함과 답답함 내지는 분노들이 엉켜들며 의외의 가독력을 선사한다.

제목에서 느껴지는 호기심보다 소설을 읽을 때 더 몰입감을 주는 소설이라 기대하지 않았던 반전과 연속적인 가슴 졸임이 단연 돋보였던 소설로 주인공의 시선으로 따라가는 전개를 영화로 만나보아도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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