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은 엇나가야 제맛

인생은 엇나가야 제맛
서귤 지음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1년 6월

제목이 아무리 중요하다지만 보자마자 '아 책은 꼭 읽어야겠다!'라는 느낌이 팍 왔더랬다.

잘하려 하면 할수록 마음과 다르게 엇나가는 상황이 발생하고 설렁설렁하게 하면 그에 상응하듯 더 엇나가는 것이 인생, 도대체 어떻게 살아가야 맞는 걸까? 참 고민도 많았더랬다. 타인에게 미움받지 않고 매일매일 즐겁게만 살아간다면 얼마나 좋을까 싶지만 그런 평온한 날들은 인생에서 몇 안 되는 장면 중 하나일 뿐이다.

이런 억울하고 분노할 만한 일은 왜 나한테만 일어나는 것일까, 복장 터지고 속 터지는 마음을 그러모으며 울분을 토해내지만 이 책을 읽다 보면 다들 사는 것이 비슷비슷하다는 것에 안도감을 느낀다. 누군가에게 미움받는다고 해서, 그 누군가로 인해 억울한 일들을 겪는다 해도 지나면 다 별일 아니었음을 알게 되지만 중요한 것은 그것들을 어떻게 대하느냐에 대한 태도일 것이다. 어쨌든 지나면 시간이 약이란 말에 공감을 하면서도 그 당시엔 그런 감정들 때문에 땅을 팔만큼 힘들었기에 서귤이란 작가가 들려주는 에피소드들이 더 찰지고 공감이 가는 건지 모르겠다.

서귤이란 작가의 이름은 익히부터 알고 있었지만 책으로 만나보는 건 처음이었기에 글들이 뒤로 나자빠지게 웃긴 줄은 몰랐었다. 작가로서의 재능도 재능이지만 이런 글을 예능에서 만난다면 얼마나 재밌을까 싶었다. 가볍게 읽을 수 있는 책 같아 출퇴근 길에 가지고 다니면서 읽었는데 웃음의 강약 조절이 안돼 민망한 상황을 연출하긴 했지만 다이내믹한 하루를 시작하기 전, 정신없이 바빴던 하루를 마치며 미쳐 챙겨지질 않는 정신줄을 다잡기에도 퍽이나 유쾌해서 울적하거나 무표정할 수도 있는 출퇴근길이 며칠 동안은 꽤 즐거웠던 기억으로 남았다.

인생이 엇나가야 제맛인 건 아니지만 제목만큼이나 노력해도 내 맘대로 안될 때가 많은 인생 앞에 나에 대한 자책은 줄이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쾌하게 살아갈 수 있기를, 이 책을 읽으며 생각하고 다짐하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