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딜레마
B. A. 패리스 지음, 김은경 옮김 / arte(아르테) / 2021년 5월
평점 :
무언가를 선택할 수밖에 없는 상황, 피할 수 있다면 좋겠지만 그럴 수 없어 진퇴양난인 상황에서 짜증이나 가벼운 현기증을 느껴본 경험, 한 번쯤은 경험해보지 않았을까... 생각만 해도 아찔하고 차라리 아무것도 선택할 수 없다면 더 좋지 않을까란 현실도피를 생각하게 되는 상황, <딜레마>는 그런 부정적이고 답답한 느낌을 소설을 읽기 전부터 옴팡지게 전해준다.
경제적으로 부유하지만 그만큼 엄격한 부모 밑에서 자란 리비아, 착실히 공부해서 의사가 되길 바랐고 그에 걸맞은 신랑감을 만나길 바랐던 부모님의 기대를 저버리고 열일곱이란 나이에 임신해 그대로 결혼까지 이른 리비아를 끝내 부모님은 용서하지 못했고 첫째 조시와 둘째 마니를 낳아 건강하게 키우고 이제 곧 마흔 살 생일을 앞두고 있음에도 이십 년 동안 연락 한번 하지 않은 부모님을 그럼에도 리비아는 기다리고 있다. 오지 않을 것임을 알고는 있지만 마흔 살 생일 파티를 앞둔 시점에서 혹여라도 부모님이 오지 않을까 내심 기대하는 리비아와 어린 나이에 자신을 만나 고생한 아내를 위해 자신의 자존심을 내려놓고 장인, 장모에게 구구절절 아내의 생일에 초대하기 위한 글을 써서 보낸 애덤.
어린 나이에 임신과 결혼을 하며 우여곡절을 겪었고 처음 아이를 키우며 자신의 젊음을 보내느라 힘들었던 날들도 있었지만 리비아와 애덤은 지혜롭게 잘 견뎌냈고 조시와 마니도 탈 없이 잘 키워냈다. 부모님의 축복만 있다면 더할 나위 없이 만족감을 느꼈을 리비아와 생각지도 않게 임신과 결혼으로 인해 대학교 진학을 하지 못했던 애덤이 어린 시절 조시에게 냉담했던 추억은 가슴 한편에 고스란히 새겨진 채 리비아의 마흔 번째 생일을 맞이하였고 제대로 된 결혼식을 올리지 못한 리비아의 바람대로 마흔 살 성대한 생일 파티를 기획한 이들의 하루는 <딜레마>라는 소설 속에 시간대별로, 애덤과 리비아의 시선에서 교차되어 진행된다.
오랜 시간 무척이나 기다려온 자신의 마흔 살 생일 파티를 성대하게 진행하기로 한 날, 리비아와 애덤은 자신들의 둘째 딸 마니의 일로 전전긍긍 중이다. 애덤의 절친 동생이자 오랫동안 자신들의 가족이라 믿어 의심치 않은 로브와 마니가 불륜일지도 모른다는 사실을 알게 된 리비아는 마니를 조시보다 끔찍하게 여기는 애덤에게 말할 수 없다. 한편 시험 준비 때문에 엄마의 생일에 들어올 수 없다고 말한 마니는 깜짝 선물로 카이로를 경유하는 비행기를 타기로 하지만 비행기가 이륙 후 폭발하는 바람에 승객 전원이 사망했다는 속보를 받고 정신을 차릴 수 없다. 마니가 비행기를 탔을 수도, 타지 않았을 수도 있는 상황에서 애덤은 리비아가 오랫동안 꿈에 그려오던 마흔 살 생일 파티를 망칠 수 없어 이러한 사실을 말할 수가 없는데....
이야기는 애덤과 리비아의 결혼생활과 주변 인물들 이야기가 추억을 회상하듯 이어진다. 제대로 된 결혼식을 하지 못한 리비아의 응어리를 풀기 위한 마흔 살 생일 파티나 리비아와 애덤은 각자 다른 생각을 머릿속에 품고 서로에게 말하지 못한 채 시간대 감정을 소설 속에 풀어놨는데 뭔가 긴박하거나 아찔함이 크지는 않지만 마니가 비행기를 탔는지, 타지 않았는지, 리비아와 애덤이 서로에게 털어놓지 못한 이야기가 결국엔 어떻게 도달하게 될지가 궁금해 페이지를 계속 넘길 수밖에 없었다.
이들 부부는 어떤 결론에 도달하게 될까,
시간대별로 진행되는 이들의 감정 묘사를 지켜보는 게 묘미였던 B.A 패리스의 <딜레마>, 전작들에 비해 임팩트는 다소 낮아졌지만 그렇다고 지루하다거나 실망스럽지 않게 잘 읽히는 소설이었던 것 같다.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아 작성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