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녀왔습니다, 한 달 살기 - 여행을 생활 같이, 생활을 여행 같이
배지영 지음 / 시공사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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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없이 바쁜 일과 속에서 퍼뜩 '지금 내가 잘 살고 있는 게 맞는가?', '바쁘게 살면서 내가 놓치고 있는 것은 없는가?'라는 질문이 떠오르곤 한다. 하루 종일 일에 치여 있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지치는 일이지만 육아에서도, 자기계발에도 소홀할 수 없다고 부추기는 매스컴이나 주변인들의 모습을 보면서 괜스레 나만 홀로 도태되고 있는 것인가란 조급증을 가지게 돼곤한다.

뭐든 다양하게 섭렵해야 하고 사람들과도 두루두루 어울릴 줄 알며 줄어들지 않는 에너지로 활기차고 건강하게 살아가는 것이 언젠가부터 표준이 돼버렸기에 그에 발맞추지 못하는 삶은 나약하고 지루하게 비칠 수 있다. 젊었을 땐 그런 것들이 싫어 나 자신을 채찍질하며 부응하려 노력했지만 사람마다 받아들이는 한계치가 있음을 늘 나 자신에게 적용하지 못해 더 많이 지쳐했던 것 같다.

조금씩은 다르겠지만 사람마다 삶에 지치는 구간이 몇 번씩은 등장한다. 희생과 가족을 위해서라는 명분으로 모든 우선순위가 나보다는 가족으로 향할 때, 상사의 비위를 맞춰야 하며 불합리한 상황에서도 내색하지 못한 채 일처리를 해나가며 나 자신을 꾹꾹 눌러야 할 때 등등, 인생에서 조금만 쉬고 싶다는 메시지를 나는 주기적으로 받기에 한 직장에서 한결같이 일한 사람들을 보면 존경스럽기까지 하다.

얼마나 버티느냐, 잘 견디느냐의 차이겠지만 아마 모든 사람들 마음은 다 똑같지 않을까, 지치면 쉬고 싶고 나 자신을 돌아볼 시간도 되찾고 싶은 것이 모두 바라는 것이 아닐까 싶다. <다녀왔습니다, 한 달 살기>는 사람들의 기저에 깔린 지친 감정들을 불러일으키는 책이다. 제주도로 강원도로 전라도로 전국 각지에서 한 달 살기를 한 사람들의 이야기가 실려 있고 낯선 곳에서의 한 달 살기를 통해 지쳤던 삶을 재충전하고 다시금 힘을 내 앞으로 전진할 수 있는 긍정적 에너지를 보면서 마냥 부러운 마음보다는 어느새 지쳤던 내 삶도 조금은 위로받고 보상받는 듯한 기분을 느낄 수 있다.

낯선 곳에서 낯선 사람들과의 교류에서 잃어버린 인간의 온정을 느낄 수 있고 그로 인해 삶이 더욱 풍성해지는 것을 경험하는 이들의 이야기는 얼마간 지친 삶에 영양분으로 다가오는 듯하다. 비록 나는 지금 떠나지 못한 채 이곳에 있지만 그들의 이야기로 인해 그들이 낯선 곳에서 보고 느꼈을 풍경과 생각들을 고스란히 느끼며 다시금 재충전할 수 있는 힘을 얻게 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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