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펭귄을 부탁해
헤이즐 프라이어 지음, 김문주 옮김 / 미래타임즈 / 2021년 5월
평점 :
환경 이야기를 다룬, 인간과 동물의 교감을 다룬 이야기일 거라고 예상했다. 그리고 어느 정도는 맞았지만 예정된 수순대로 밟아갈 가슴 찡함을 넘어서 뭉클함도 포함하고 있어 의외로 술술 읽혔던 소설이다.
이제 막 86살이 된 베로니카 맥크리디는 부동산 사업을 했던 전 남편을 도운 덕분에 혼자지만 부유한 재산을 가진 노인이다. 26년 동안 자신의 정원을 돌봐주는 정원사와 성에 차지 않지만 집안일을 도와주는 에일린 외에는 사람과 이렇다 할 왕래도 없이 늘 같은 일상을 보내고 있다. 지팡이를 짚긴 하지만 매일같이 산책을 하며 혼자 걸을 수 있고 자신이 세상을 달라지게 할 수는 없지만 산책하는 주변 길을 청소하는 일로 조금의 자기 위로를 하며 고집을 부리는 어디에서나 볼 수 있는 노인이다.
매일매일이 특별하지 않고 재미있는 일이라곤 딱히 없는 그녀의 생활에서 유일한 낙이라면 환경 프로그램을 보는 일인데 전에 보던 프로그램과 달리 펭귄 문제를 다룬 다큐를 보고 베로니카는 펭귄에게 매료되고 만다. 그리고 환경오염으로 개체 수가 점점 적어지고 있는 펭귄의 실태 보고에 안타까움을 크게 느끼고 있다.
그와 비슷하게 베로니카는 가슴을 묵직하게 누르는 기억들을 담아놓은 상자를 열어 자신의 유일한 혈육을 찾기에 이른다. 하지만 찾아낸 혈육은 베로니카의 기대에 전혀 못 미칠 뿐더러 자신의 재산을 가로채기에 전혀 의심의 여지가 없었으니 베로니카는 생각을 달리해 자신의 유산을 좀 더 유용하게 쓸 생각을 하게 된다.
소설의 내용을 알기 전에는 86세의 할머니가 남극으로 떠나는 모험이 어떻게 그려질지 전혀 예상되지 않아 너무 궁금했었는데 애초에 펭귄과 노인의 우정만을 생각했던 것과 달리 그녀의 인생을 통해 또 하나의 중요한 인물을 등장시키며 그들의 오래된 이야기를 하나씩 풀어놓는다. 어느 정도 가슴이 아플 거라는 예상이 있었음에도 순간 목이 매이는 찡함 때문에 책을 펼쳐들고 마음을 가다듬고 다시 읽어야 할 구간도 있었다. 두께감이 있는 소설이지만 금세 읽혀서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읽었던 것 같다.
책을 읽는 내내, 덮으면서 한편의 영화를 본 듯한 느낌이 가슴 언저리에 오랫동안 남아 영화로 만들어져도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