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하의 세상
김남겸 지음 / 아프로스미디어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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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35년 일본 도쿄, 350미터를 넘는 스카이트리 전망대를 오르는 사이좋은 부녀, 하지만 그들의 그런 행복한 시간도 잠시 위풍당당함을 자랑하던 전망대가 폭발하며 아비규환으로 변해버리고 영화의 한 장면처럼 순식간에 살아있는 사람들을 지옥으로 집어삼키며 소설은 시작한다.

전망대 폭발사건으로 전망대에 있던 사람들은 물론 전망대 잔해에 깔려 죽은 사람들의 이야기가 뉴스를 통해 흘러나오는 것을 로하는 별 의미없이 듣고 있다. 부모도 없이 홀로 지하2층에서 살고 있는 로하는 반에서 군림하는 친구로부터 지속적인 괴롭힘을 당하며 반아이들과 담임 선생님의 방관속에서 매일매일을 가까스로 버티며 살고 있다. 나라에서 주는 지원금으로는 생활하기 빠듯해 편의점에서 알바를 하며 생활비를 벌고는 있지만 집에서도, 학교에서도 홀로 있어야하는 외로움과 지속적인 괴롭힘 때문에 전쟁이라도 나서 모든 것이 끝나버리기를 바라는 마음까지 치닫는 심정으로 벼랑에 몰려 있다.

그러던 어느 날 연예인처럼 예쁘장한 얼굴에 공부까지 잘해 아이들이 함부로 하지 못하는 아영이 일부러 자신이 일하는 편의점까지 찾아와 다음날 절대 학교에 오지 말라는 부탁을 하지만 학교에서 로하를 괴롭히는 친구의 강압에 못이겨 결국 학교에 오기에 이르고 그에 날카롭게 로하를 쏘아보며 알 수 없는 말들을 내뱉은 아영은 챌로 가방에서 총을 꺼내 반 아이들을 모조리 쏴 죽이고 만다.

그렇게 모든 반 아이들이 죽고 홀로 살아남은 로하, 로하를 남겨두고 달아난 아영, 미치지 않고서야 그대로 받아들일 수 없는 상황에서 로하는 그대로 기절해버리고 정신을 차려 병원에서 퇴원하자 온갖 매스컴에 시달리게 된다. 수십명을 죽이고 달아난 아영은 잡히지 않고 매스컴의 시선이 로하에게 몰린 상황에서 사실과 무관한 추측성 가십들이 쏟아지며 로하는 집밖으로 나가지 않으며 은둔 생활을 시작하게 되었고 밖에서 들리는 이상한 소리에도 자신의 정신이 이상해서 그런거라고 생각하며 지내던 중 전기와 수도가 끊겨 결국 집주인에게 가던 중 전혀 다르게 변해버린 바깥 풍경을 목격하게 된다.

온전한 건물이 없을 정도로 파괴되버린 살풍경한 모습과 개미새끼 하나 보이지 않는 적막함, 넘쳐나는 쓰레기와 매캐한 냄새 속에서 로하는 중학교 때 같은 반이었던 친구를 만나 로하가 바깥으로 나오지 않았던동안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알게 되었고 경악하게 된다.

검은 옷을 입고 시민을 무차별적으로 공격해 살상해버리는 집단, 사람을 죽이면서 일말의 가책이나 양심을 전혀 느끼지 않는 그들의 모습은 악마의 얼굴 바로 그것일 정도라 로하는 또 한번 자신의 무기력함을 경험하게 된다.

사실 고등학생이 반 아이들에게 총을 겨누며 무차별적으로 죽이고 이후 벌어진 상황은 당장 피부로 와닿지 않아 공감할 수 없었다. 도대체 어떤 이야기로 이어지려고 이런 사건들이 벌어지는걸까 반신반의하게 되면서도 나도 모르게 소설을 계속 읽을 수밖에 없는 흡입력에 빠져들었는데 소설을 읽다보니 억지스럽게 보이던 그들의 믿음은 빈부격차로 인해 점점 양극화되는 인간의 이기심의 그것과 다르지 않다는 것을, 신의 이름을 걸면서까지 무자비한 살육이 행해지는 현재의 상황을 떠올려보면 그렇게 억지스럽지도 않은 이야기임을 수긍하게 됐던 것 같다.

SF 미스터리 스릴러라고하지만 대체로 어느 수순을 그대로 밟아가는 SF적 내용일거라고 생각했지만 예상하지 않았던 전개가 나와 최근에 읽었던 SF 소설과는 달리 신선함을 느낄 수 있었던 것 같다.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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