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럴수록 산책 - 걷다 보면 모레쯤의 나는 괜찮을 테니까
도대체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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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무지 해결책이 보이지 않는 문제에 직면할 때가 있다. 잠들지 않는 이상 내내 머리를 맴돌아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해 미쳐버릴 것만 같은 상황에서 먹는 것도, 자는 것도 쉽지 않다. 좀처럼 결론이 나지 않을 것 같아 힘든 시간만 보내게 되어 정신적으로도 육체적으로 힘든 시간들, 사람마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힘든 시기가 저마다 있을 것이다. 애라 모르겠다 잠으로 해결하는 사람, 먹을 것으로 잠깐의 힘든 시간을 잊는 사람, 재미있는 프로그램을 보면서 잠들지 못해 힘들게 느껴지는 상황을 모면해보려는 사람, 각자 저마다의 방법으로 켜켜이 쌓여버린 심적 부담을 털어버리는 방법이 있을 것이다.

잠도 자보고 영화를 보기도 하고 책을 보기도 했지만 그런 문제로도 무겁게 마음을 짓누르는 것들은 쉽게 떨쳐지지 않음을 살면서 여러 번 경험했다. 그리고 어느 순간 그냥 걷기만 해도 온갖 상념이 어느 정도 가라앉는다는 것을 경험한 뒤 힘든 일이 있을 때마다 집 근처를 크게 도는 습관이 생겼다. 돈이 들지 않고 스트레스 때문에 폭식하는 게 아니니 체중이 늘어날 일도 없는, 오히려 유산소 운동도 되고 가벼워지는 몸만큼 정신도 상쾌해지는 기분을 느끼게 되니 걷는 것이야말로 최고의 스트레스 방법이 아닐까.

<그럴수록 산책>은 좀처럼 일이 잘 풀리지 않아 기분이 한없이 쳐질 때, 뭐든 다 잘 될 거라고 자신을 다독여보아도 좀처럼 희망이 보이지 않아 한없는 절망감을 느끼게 될 때 소소한 산책이 주는 즐거움을 담고 있다. 바쁜 일과에 쫓겨 보지 못했던 이름 모를 꽃들과 나무, 풀벌레, 쇠똥구리, 까치들이 부지런히 나르다 떨어뜨린 나뭇가지까지, 여유 없이 지나쳤던 그 모든 것들이 의외의 즐거움으로 다가올 때 조급하고 바쁘게 나 자신을 채찍질했던 나 자신을 돌아보게 된다. 지금까지 지나쳤던 풍경들과 이웃 주민들의 소소한 안부 인사에서 비로소 삶의 즐거움을 느끼게 되고 혼자라고 느꼈던 외로움이 옅어지는 것을 느끼게 된다.

이 책은 그런 소소함을 담고 있다.

바쁘게 살아가는 게 열심히 살아가는 것으로 보일 수 있지만 나 자신도 그걸 만족하며 살아가고 있는가라고 묻는다면 자신 있게 고개를 끄덕일 사람이 얼마나 있을까, 산책에 대한 에세이이기 때문에 엄청난 이야기를 담고 있지는 않지만 그런 소소함이 주는 편안함이 어쩌면 인간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아니었을까란 생각을 해보게 되었다.

누군가와 비교해 자신 있다 말할 순 없을지라도 느린 걸음으로도 부지런히 나아가고 있는 나 자신을 다독거려줄 마음의 평안을 가져다줄 산책 에세이 <그럴수록 산책>, 집 앞 공원이나 길거리를 걸으며 사시사철 변화하는 나무와 심드렁한 고양이, 반짝거리며 흘러가는 개천의 모습들이 조금은 다른 시선으로 바라봐지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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