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버 드림
사만타 슈웨블린 지음, 조혜진 옮김 / 창비 / 2021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소설은 다비드와 아만다의 대화로부터 시작된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다비드의 리드에 따라 지난날을 회상하는 아만다, 복잡한 회색 빌딩에 휩싸인 도시 생활을 하던 아만다는 딸 니나와 함께 한적한 시골에 휴가를 온다. 푸르른 들판과 나무, 조용하고 순박한 사람들이 모여 사는 곳, 장거리 운전을 해야 하지만 아만다는 그 조용함에 매료되어 도시와 대조적인 풍경이 펼쳐진 시골생활에 만족한다. 하지만 아만다의 그런 소박한 행복감도 카를라가 쏟아내는 말에 의해 산산조각이 나고 카를라에게 국한되었던 비극은 이제 아만다를 집어삼키려 한다.

시골에서 종마에게 암말을 붙여 새끼치는 일을 하는 남편과 소토마요르 씨의 농장에서 사무일을 보는 카를라, 그 사이 귀여운 다비드가 있다. 화려하거나 가진 게 많지 않은 생활이지만 그들은 나름대로 행복한 생활을 꾸려가지만 어느 날 남편이 잠깐 외출한 사이 사라진 종마를 찾기 위해 나선 길에 종마와 다비드는 환경오염에 노출되고 그렇게 다비드는 생사를 넘나들게 된다.

다비드를 그렇게 보낼 수 없었던 카를라는 이웃집에 사는 여인에게 부탁하여 몸과 정신이 분리되지만 이마저도 하지 않는다면 영영 다비드를 잃게 된다는 이야기에 그녀의 이야기에 따르게 되고 다비드는 여인의 묘한 의식에 의해 목숨을 건지지만 이후 카를라와 남편은 다비드가 자기 자식이 아니라고 생각하고 경계하기까지 한다.

그런 이야기를 휴가 온 아만다에게 쏟아내는 카를라, 그리고 그 며칠 동안의 기억들을 거슬러 무엇이 문제였는지 하나하나 더듬어 간다.

아무런 문제 없이 해가 뜨면 하루 일과를 시작하고 해가 지면 가족들과 단란한 시간을 보내며 그렇게 하루를 마무리하는 사람들, 자연을 눈에 담으며 일상적인 생활을 하던 사람들은 평범하게 영위하던 것들에 숨어있던 독성물질의 공격을 받으며 아무 이유 없이 죽어간다. 이런 환경오염 문제를 작가는 기묘하고도 싸한 공포감이 드는 문체로 소설을 탄생시켰는데 기존까지 보던 소설과는 느낌이 매우 달랐기에 읽는 내내 기묘함이 언저리를 따라다녔던 것 같다.

일상적인 것들, 사랑하는 사람들이 하나 둘 스러져가는 상황, 질병이라면 마음의 준비라도 하겠지만 영문도 모른 채 죽음을 맞이한 생명체를 가까이에서 지켜보는 사람들의 무기력함과 허탈함은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발전이라는 명목으로 행해지는 기술의 발전은 그만큼의 희생과 문제점들을 세계 곳곳에 탄생시켰고 그로 인해 박탈감과 울분이란 감정을 느꼈다면 소설을 읽은 후 일반적으로 바라봤던 감정들과는 다른 복잡하면서도 다양한, 그러나 결코 쉽게 잊히지 않을 감정에 동질감과 연대감이 생길지도 모르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