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에게 갔었어
신경숙 지음 / 창비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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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와 어머니에 관한 소설은 어쩌면 외면하고 싶은 일상적인 면들을 담고 있기에 쉽사리 손에 잡기가 힘들다. 아버지, 어머니란 단어에 떠오르는 복잡 미묘한 감정들은 그 무엇과 견줄 수 없을 정도로 강렬하게 다가오는 것 같다.

헌은 서울에서 위암 투병을 하는 어머니를 대신해 아버지가 계신 고향으로 향한다. 허나 어머니의 투병보다 딸을 잃은 아픔을 오랫동안 간직한 헌은 그로 인해 부모님과의 사이 또한 원만하지 않다.

어머니의 치료로 홀로 계신 아버지에게 향했던 헌은 아버지와 함께 지내며 아버지의 과거와 현재를 통해 그동안 몰랐던 사실들을 알게 되면서 이야기는 전개된다. 일제강점기와 6.25 한국전쟁, 그 뒤로 이어진 경제발전과 민주화운동이란 시대를 겪으며 가족을 위해 헌신했던 아버지의 모습은 한 사람의 인생이 아버지란 이름에 덮여 묻혀있었음을, 그 또한 두렵고 힘들지만 표현하지 못한 채 세월에 녹아들어 기계처럼 일만 하며 가족을 부양했음을, 시대가 전해주는 부모의 모습을 그대로 바라보게 한다.

장남의 위치와 젊은 시절 느꼈을 로맨스의 좌절감, 오롯이 느껴야 할 인간의 즐거움보다 부양할 가족을 위해 일에 매달릴 수밖에 없었을 가장의 무게가 부모라면 응당 짊어질 과업으로 생각하던 그 당연함들 앞에서 이 또한 얼마나 뻔뻔하고 이기적인 생각이었을지 되돌아보게 한다.

소처럼 근면 성실하게 일만 하며 무뚝뚝한 것을 미덕으로 삼았던 그 시대의 모습은 그것을 미덕으로 삼아서가 아니라 시대가 그러했었음을 이야기하고 있어 더욱 서글픔과 안타까움을 전해주고 있다. 너무도 많은, 당연하게 생각되었던, 그럼에 마주하기 힘들었던 부모들의 이야기는 이 소설에서도 그냥 지나치지 않는다. 나의 부모와 다르지 않은 이야기이며 그런 것들이 어떤 모습으로 발현되어 자식들에게 미치는지 또한 살펴볼 수 있어 여러 생각이 들게 하는 소설이다. 그저 가슴 아프고 안타깝다고 치부하기엔 그 속에 담겨 있는 것들이 너무 많아 밤잠을 설칠 수밖에 없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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