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장면 소설, 향
김엄지 지음 / 작가정신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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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정신 / 겨울장면 / 김엄지 소설

어딘가에, 어떤 이유로 내 몸이 내 마음대로 움직이지 못하는 상황에서 나 자신을 바라보는 듯한 기이한 상황.

바로 그런 상태에서 소설은 시작된다.

예기치 못한 사고일까? 아니면 누군가로부터 습격을 받은 걸까? 그것도 아니라면 나는 지금 죽은 것인가?

등장하는 겨울 장면마다 이런 의문점은 끊임없이 이어진다. 그러다 내가 지금 이야기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 것인가는 생각이 더해져 책장을 덮을 때까지 수많은 궁금증과 의문점들이 난무하게 되는 <겨울장면>

<겨울장면>은 주인공 R의 시선에서 간헐적으로 떠올랐다 끊어지는 기억들을 소환하여 R의 신상과 기억을 유추하게 만든다.

직장 동료인 L의 죽음, 원만하지 못했던 아내와의 기억, 아내의 고향에서 만난 그녀의 남자 동창, 그리고 등장하는 제인 호수의 언 강바닥....

내가 기억하는 그것이 맞는 기억인 건가, 뜬금없이 떠오르는 생각들은 나의 기억과 달리 다가오기도 하고 상대방이 부여한 의미와 달리 기억되기도 한다. 그때는 미처 알지 못했던 상대방의 마음이 그것이었던 건지, 하지만 모르겠고 지금은 알 수 없는 기억들은 잔잔한 수면 위 파동을 일으키듯 잔잔하게 마음을 잠식해간다.

나는 지금 살아있는 것인가,

지금 나는 어디에 있는 것인가,

나의 기억은 꽝꽝 언 강바닥에 있는 것인가,

죽어 내 육신을 바라보고 있는 것인가,

읽다 보면 점점 더 모르겠어서 불현듯 이러다 내가 정신병에 걸리지 않을까란 조바심이 나게 만드는 <겨울장면>

한 남자의 인생이 이리도 고요하고 허무하며 무의미하게 다가올 수도 있는 것인가,

마지막에 남는 것은 살아있다는 가슴 떨리는 기억보다 인생의 씁쓸한 장면들과 외로움인 건가,

그렇게 살아냈던 인생에 대한 후회는 없다.

조금의 미안함은 들지만 회한으로 가득 차 가슴을 옥죌 정도는 아니다.

그만큼 나는 인생에 대한 애착이 없는 것인가.....

무덤덤하고 무표정하며 무감각적인 느낌이 난무하는 R의 시선을 따라가다 보면 별나지 않으며 그 누군가와 다르지 않은 모습이 바로 R의 모습이란 것을 느끼게 된다. 나는 다르다는 생각은 어쩌면 부정하고 싶은 마음일 수도 있지 않을까.

모르겠다.

R이 말하는 장면들을, R이 생각하는 것들을,

그는 지금 후회하는 것일까,

다시 되돌리고 싶은 것일까,

하지만 그런 마음은 별로 느껴지지 않는다.

그저 차가운 얼음 강바닥에 갇혀버린 나 자신을 물끄러미 바라보는 장면이 뇌리에 박혀있을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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