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누군가에게, 또는 누군가 나를 책덕후라고 표현한다면 그 정도는 아니라며 손사래를 칠 것 같다.
그 정도는 아니라고, 정말 책을 좋아하는 주변 사람들과 비교한다면 감히 그 정도는 안된다며 얘기하겠지만 <딱 하나만 선택하라면, 책>을 읽다 보면 책덕후라는 말이 내가 생각했던 것만큼 거창한 것은 아니라는 생각이 절로 든다.
예보되지 않은 갑작스레 내리는 비에 내 몸은 젖을지언정 책은 보호하기 위해 겉옷으로 싸맸던 일, 외출할 때마다 무슨 옷을 입을까 고민보다 어떤 책을 가지고 나갈까 더 고민스러웠던 일, 나만의 책 읽는 시간을 위해 지인들과의 모임도 미련 없이 거절했던 일, 책과 관련된 다양한 굿즈나 용품에 항상 눈과 귀를 열어두는 것, 좋아하는 작가의 신간은 평을 보지 않고 무조건 사는 것, 처음 접하는 작가는 또 어떤 문체로 나를 감동시킬까 가슴 설레던 일 등 책덕후라는 거창한 이름으로 불리는 것이 쑥스러웠던 사람들이 이 책을 읽는다면 과연 나도 책덕후였음에 저절로 고개가 끄덕여질 것 같다.
<딱 하나만 선택하라면, 책>은 책을 좋아하고 사랑하는 사람들의 일상을 담은 책이다.
그림과 글로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의 습성과 일상들이 가볍게 그려져 있는데 공감 가는 이야기들이 많아서 나도 모르게 피식피식 웃게 됐던 것 같다.
책덕후가 책을 사랑하는 법이란 부제가 알려주듯 모든 생활이 책과 관련돼 있는 내용은 평소 내가 인지하지 못했지만 책과 관련된 공통점들이 너무 많이 등장하고 있어 더 공감하며 읽을 수 있었다. 책을 좋아하는 사람이 아니라면 공유할 수 없는 이야기는 누군가와 책 이야기를 하고 싶지만 공감대가 없어 하지 못했던 아쉬움을 달래주고 있어 그런 공감대만으로도 가슴 가득 번지는 행복감을 느낄 수 있었다.
내가 좋아하는 것을 누군가와 공유하는 것, 내가 느끼는 공감을 함께 할 수 있다는 것은 그 자체로도 너무 기쁜 일이지만 누군가와 그것을 오롯이 나누기란 생각보다 어려운 일이다. 이 책은 그럴 수 없는 상황에서 누군가와 함께한다는 강한 유대감을 느낄 수 있게 해주는 책이라 누군가와 책 이야기를 하고 싶을 때 책장에서 꺼내보고 싶은 책덕후들의 소장 책이 되어주지 않을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