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 년 가게와 마법사들 1 - 트루, 다시 만드는 마법사 십 년 가게
히로시마 레이코 지음, 사다케 미호 그림, 이소담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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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홍색 단발머리에 단추가 잔뜩 달린 옷을 입고 바늘과 가위가 달린 빨갛고 커다란 모자를 쓰고 있는 할머니를 본 적이 있는가?

젊은 사람도 좀처럼 소화해내기 힘든 옷을 할머니가 입고 있다면 어딜 가나 단연 주목받을 것이다. 하지만 이 특이한 복장의 할머니를 아무 때나 볼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나에게는 필요 없지만 버리기에도 애매한 물건으로 고민할 때 바로 그때가 특이한 의상을 입은 마법사 트루를 만날 수 있는 기회이다.

누군가에게 선물 받은 물건이라 버리기에는 아깝지만 그렇다고 필요하지도 않은 물건은 어떻게 처치하면 좋을지 늘 고민거리일 수밖에 없다. 바로 그런 물건을 멋지게 탄생시키는 마법사 트루는 타인이 마음에 들어 하지 않아 버리고 싶어 하는 물건만 보면 새롭게 재탄생시킬 마음에 가슴이 두근거려 하는 마법사이다.

도자기 장인이 정성스럽게 만든 접시지만 화려한 꽃무늬가 음식 모양을 망치는 바람에 창고에 삼십 년 넘게 방치된 접시와 호텔이 없어질 때 가져온 고급스러운 문, 작은 할머니가 빼곡히 써 내려간 이야기지만 너무 오래되어 글자를 알아볼 수 없는 공책, 동생을 기쁘게 해주고 싶은 마음에 가진 돈을 털어 제비뽑기를 했지만 싸구려 티가 나는 성이 못내 마음에 들지 않는 주인공, 할머니가 가진 유산, 그중에서도 보석들을 가지고 싶은 마음에 잘못을 저질렀던 주인공의 최후 등 다양한 이야기들이 등장한다.

사랑하는 누군가를 위해 선물해 주고 싶어 하는 마음과 필요 없어 사용하지는 않지만 잘 살라는 의미로 선물해 준 마음이 고마워 쉽게 처분할 수도 없는 물건, 그런가 하면 자신의 욕심을 채우기 위해 거짓 행동으로 자신의 무덤을 판 이야기 등 사람에 대한, 사람을 향한 다양한 마음을 엿볼 수 있는 내용이다.

그렇게 나에게 필요 없는 물건들이 여러 이야기로 탄생하며 교훈도 주고 깨달음도 얻게 되는데 마지막에 마법사 트루가 어린 시절 겪었던 마음 아픈 이야기가 실려 있어 그녀가 왜 버릴 물건을 재탄생시키는 마법사가 되었는지 알 수 있었다. 그리고 버리는 물건을 새로운 물건으로 재탄생시키는 트루의 마법은 어떤 가게와 너무도 찰떡궁합인데 바로 그 가게가 우리가 지금껏 읽어왔던 '십 년 가게'이다.

십 년 동안 물건을 맡아주지만 필요 없어져 십 년 동안 찾지 않으면 자연스럽게 소멸돼버리는 십 년 가게의 물건들은 마법사 트루와 가장 잘 어울려 앞으로 어떤 이야기들을 새롭게 채워나갈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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