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청궁일기
박영규 지음 / 교유서가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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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창 시절부터 많이 보아 친근한 '조선왕조실록'의 저자 박영규의 역사소설 <건청궁일기>

역사소설은 그 진위 여부를 떠나 '그럴 수도 있지 않을까?' 싶은 상상을 접목하고 있기에 더욱 흥미롭게 다가오는데 그 상상의 영역이 생각해 보지 못할 만큼 다양하기에 빠져들 수밖에 없는 매력을 발산하는 것 같다.

<건청궁일기>는 일본인에게 무자비하게 살해된 조선의 국모 명성황후에 대한 이야기이다.

한 나라의 국모로써 일본인에게 치욕적인 수모를 넘어 처참히 살해된 인물이기에 뮤지컬이나 드라마로도 어렵지 않게 접할 수 있었지만 그런 역사적 사실이 주는 원통한 감정과 달리 외척과 흥선대원군과의 불화, 사치와 향락으로 조장된 마리 앙투와네트가 떠오를 정도로 사치를 일삼았다는 의견도 있어 역사 좀 안다는 사람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극명하게 갈리는 인물인지라 이 소설은 어떻게 쓰였을지 또한 궁금했었다.

1908년 12월 26일 오후 2시 건청궁 해체 공사를 진행하던 중 그 누구도 알지 못했던 지하통로가 발견되고 그 안에 여인의 것으로 추정되는 두 구의 백골 시체가 발견되면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한국통감 직속의 학예관 호소카와 이치로는 건청궁 해체작업 현장을 감독하던 소네 신스케의 안내를 받아 건청궁 지하에 출입하게 되고 그곳에서 보고받은 대로 궁중 여인으로 추정되는 두 구의 백골 시체를 보게 되는데 그중 한구의 시체에서 오래된 책이 발견된다.

긴박한 상황 속에서도 여인이 몸에 지니고 있었던 책을 통해 호소카와는 몇 해 전 시해된 명성황후가 시체의 주인공이라 생각하여 명성황후가 시해되던 당시 상황을 알만한 인물들을 만나는 이야기가 전개되는 한편 책 속 명성황후의 어린 시절과 입궁하여 고종이 다른 여인을 품어 속앓이를 하던 이야기, 이후 시기하지 않고 지혜롭게 고종의 옆에서 내조를 하며 드디어 고종의 마음을 얻어 왕자와 공주를 생산하는 이야기, 하지만 곧 생각지도 않게 아이를 잃어 슬픔에 잠겼던 심경들에 대한 이야기, 흥선대원군의 쇄국정책으로 자신과 고종이 개화에 대한 뜻을 펼치지 못해 고군분투하던 중 목숨이 위태로워 고향으로 피신하며 위험했던 상황들이 담겨 있어 그동안 큰 사건으로만 접했던 명성황후에 대한 일생을 엿볼 수 있다.

명성황후 본인이 일기 형식으로 담담히 이야기하듯 소설이 진행되고 있기에 그동안 알려진 것과 다른 시선으로 그녀에 대해 알게 되었던 내용들이 많았는데 교과서나 학창 시절 선생님의 주관적인 견해로 인해 명성황후에 대한 오해의 이미지가 소설을 통해 많이 벗겨지는 것을 느낄 수 있었고 그랬기에 지금까지 봐왔던 드라마나 소설과 다른 느낌을 많이 받을 수 있었던 것 같다.

국모로서 각종 오해와 불신, 참담한 이미지로만 각인된 모습이 그동안의 명성황후였다면 이 소설을 통해 또 다른 그녀의 이미지를 가질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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