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피아는 언제나 검은 옷을 입는다>는 제목부터 다양한 생각을 이끌어내기 충분했지만 내용은 제목만 보고 느껴졌던 것보다는 더 복잡 미묘하며 제목에 이르기까지의 의미를 수차례 곱씹어 보게 되어 중반 부분 전까지는 감정이입이 도통 되지 않았지만 그럼에도 의외의 매력을 발견할 수 있었던 소설이다.
스물두 살 여인이 출산한 청색증을 가진 아이가 긴박한 상황 속에서 탄생한다. 숨도 쉬지 않는 자그마한 아이는 극적으로 숨을 쉬며 '소피아 무라토레'라는 이름으로 성장하게 된다.
엔지니어인 아버지와 그림에 예술적 감각을 지닌 엄마 사이에서 태어난 소피아는 성격이 맞지 않는 부모님의 다툼을 어린 시절부터 보아야 했고 수시로 짐을 싸거나 무기력해 오후 내내 침대에 누워있는 모습, 알코올이나 약에 절어 있는 모습인 엄마와 퇴근해서 자신을 맞아줄 아내의 모습에 조마조마해하는 아빠 사이에 정서적으로 불안정하게 성장하게 된다. 그렇게 아이 앞에서도 수차례 싸워대는 것이 일상이 된 이들 부부는 이혼 대신 도시 외곽으로 이사하는 것으로 가족의 끈을 이어가보려 하지만 소피아는 성찬식 때 자신의 머리를 자른 미용실이 마음이 들지 않는다며 이후론 자신이 직접 머리카락을 자르고 요란스럽게 치장을 하면서 아버지가 이해 못 할 성장기를 거친다.
주인공이 소피아이지만 소설은 소피아가 화자가 되어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대신 엄마의 시선에서, 고모의 시선에서, 정신병원에 갇혔을 때 잠깐이지만 함께 했던 아이의 시선 등 여러 시선에서 소피아의 모습을 담고 있어 챕터가 끝나고 다음 챕터를 넘어갈 때마다 다른 이야기인가? 싶게 처음 보는 등장인물들이 불쑥 튀어나와 당혹스러움을 주기도 하지만 이런 전개가 외려 신선하게도 느껴져 다양한 사람들의 시선에서 본 소피아의 모습을 선입견이나 동정 없이 따라갈 수 있었다.
가족의 행복을 빌었던 꼬맹이가 요란한 성장을 겪는 소녀에서, 이후 배우로 자리 잡는 과정들을 다양한 사람들이 본 소피아의 모습과 자기 자신이 되어 이야기하는 소피아의 이야기가 교차하면서 한 사람의 인생이 이렇게도 다양하게 비칠 수 있다는 게 흥미로우면서도 그러하기에 이것이 현실적인 인생의 모습과 더 닮아 있는 것은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자신의 모습에 잠식되어 이야기하는 방식과 다른 구도가 낯설면서도 또 다른 흥미를 유발해 그 각각의 생각들이 겹쳐져 생각이 한쪽에 치우치지 않는 방식이 꽤 인상 깊었던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