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나의 작은 테이블이여
김이듬 지음 / 열림원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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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와는 벽을 쌓고 지냈기에 '김이듬'이란 이름 앞에 그 무엇도 떠올릴 수 없었다.

이름도 처음 접해봤으니 그녀의 시를 접해본 적은 없었지만 그럼에도 이 책이 궁금했던 것은 바로 동네 책방을 하는 시인이란 소개에 있었다.

동네 책방 구경 가는 것을 좋아하고 책방 주인의 개성에 따라 진열된 책들의 다양한 결을 느껴보는 것이 즐거워 동네 책방하면 일단 가보고 싶어지는 곳인데 시인이 동네 책방을 한다니 궁금하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

책과 연관이 있으니 직업이 작가가 아니더라도 책방과 관련된 책을 내는 것이 이상하지 않은 요즘, 책과 관련돼 있지만 다양한 곳에 다양한 생각을 품은 책방 지기들이 써 내려간 글들을 보아왔기 때문에 사실 이 책을 보기 전까진 글쓴이의 개성이 담겼지만 큰 틀에서 벗어나지 않는 글을 접하리라 예상했었지만 책을 펼쳐보곤 나도 모르게 당황했다는 표현이 솔직한 심정일 것 같다.

여러 갈래로 나뉜 숲속 길을 걸으며, 잔잔한 호숫가를 바라볼 수 있음에 낭만에 젖어들게 되는 이런 풍경은 호숫가에서 불어오는 바람 때문에 책방이 더 추워지는 요인이 되기도 하고 여름엔 모기들이 극성을 부리는 장소로 변하기도 하며 번화가가 아니기에 맘먹고 찾아오기도 쉽지 않은 곳이지만 그럼에도 이곳에 대한 애정과 아픔이 절절하게 느껴졌다.

다들 말리는 책방을 열었지만 처음 시작할 때의 당찬 마음보다 울어버리고 싶은 날들이 더 많고 대학 강사와 원고료로 받아 십 년 동안 모은 돈을 단 몇 개월 만에 책방을 하며 써버린 돈들과 문단의 지인 작가들의 도움과 이렇게 문단에 피해만 끼치는 것이 아닐까라는 두려움과 미안함, 동전만 한 탈모가 접시 모양처럼 커지며 힘든 모습일 수밖에 없어지는 상황은 독자로 하여금 내내 무겁고 힘겨운 숨을 뱉어내게 한다.

녹록지 않은 책방의 현실과 그럼에도 주변에 감사한 사람들의 마음에 감동하게 되는 날들, 사랑하고 존경하던 시인분들을 한꺼번에 잃은 절절한 상실감과 그런 것들이 더해져 솜에 스민 물기만큼이나 숨 막히게 내리누르는 글들은 시작과 끝을 함께 한다.

생전에 그녀의 시를 읽고 허수경 작가가 했다던 말들이 책을 처음 읽으며 했던 생각과 일치해 이런 쉽지 않은 분위기로 글을 써 내려간다는 것에 대해 여러 번 생각하게 됐던 것 같다. 모든 사물을, 상황을 대하는 그녀의 이야기는 진득한 무거움과 계속 읽다간 우울함에 전염이 돼버릴 것 같아 어쩌나 싶은 노파심이 들기도 하지만 그럼에도 계속 읽게 되는 마력 또한 느껴져 여기서 끝인가?라는 생각이 드는 글들이 있는가 하면 손끝만 대도 글자에서 눈물방울이 그대로 스며나올 것 같은 아릿함도 전해진다.

시는 모르지만, 그녀에 대해 아직은 말할 수 있다 말하진 못하겠지만 그녀의 글을 찾아 조금 더 읽어보고 싶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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