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들리는 마흔에 참 나를 되찾게 해준'이란 글귀에 마음이 끌렸다.
세상이 붙여준 불혹이란 나이 마흔은 참 아득하고 멀기만 한 나이처럼 생각돼졌지만 결혼하고 아이를 낳아 키우다 보니 상상조차 못했던 마흔이란 나이가 나에게도 찾아왔고 저자처럼 앞으로 뭘 해야 할지, 나는 어떤 존재인지에 대한 끝없는 고민과 무엇으로 나를 증명해야 할지에 대한 답 앞에서 막막한 밤을 숱하게 보냈었던 것 같다. 그 속에서 세상에 이렇다 할 무엇을 증명해내지 못하는 나 자신에 대한 실망감과 안타까움에 우울한 기분이 수없이 밀려들었고 다시금 사회생활을 하려 했을 때 단절된 경력 때문에 사회 속에 나 자신이 하찮게 여겨지는 것 같아 견딜 수 없었더랬다.
그래서 <엄마의 문장>은 아이를 낳아 키우며 자신을 잃은듯한 안타까움과 속상함에 잠 못 이루는 엄마들에게 격한 공감을 불러오는 글이다. 엄마라는 이름 앞에서는 그 누구도 자유로울 수 없기에 사회가 정해놓은 테두리 안에서 최선을 다해도 뒤돌아서면 아이에 대한 미안함과 죄책감에 눈물짓게 되는 일들이 생기고 그런 마음고생을 하며 아이를 키워도 사회가 정해놓은 엄마라는 잣대는 엄격하기만 해 세상에 대한 분노가 쌓이기도 했다.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한 내 아이를 사랑하며 하루하루 커가는 모습이 애틋하여 잡고 싶지만 정신적으로나 육체적으로나 지칠 수밖에 없는 것이 엄마의 역할이지만 모두가 엄마의 모습은 그런 것이라며 엄마란 존재를 틀 속에 가둬버린다. 그 틀 속에 갇혀있는 나 자신을 발견하곤 하지만 틀을 깨고 나오기가 망설여지고 행여나 틀을 깨면 아이를 사랑하지 않는 냉정한 엄마의 모습으로 비칠까 봐 조심스러운 마음에 더 복잡한 심경이 되곤 한다.
아이를 키우는 엄마라면 공감할 이야기밖에 없어 어느 순간 엄마라는 공동체에 탑승한 기분이 들었다.
'그랬었지... 나도 저런 생각 들어서 힘들었었지...' 주절거리며 공감하고 이제서야 조금씩 나를 되찾기 위한 시도를 하며 보람을 느끼고 뿌듯함을 느끼는 모습에서 반가움과 용기를 얻게 된다. 이야기마다 내용에 맞는 책 구절이나 가사가 나와 그것을 함께 읽는 즐거움도 함께 느낄 수 있었던 <엄마의 문장>, 찬바람 부는 계절만큼 마음 한켠이 헛헛하고 우울하다면 읽어보기를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