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이 책을 읽으면서 '앤서니 브라운'의 <돼지책>이 떠올랐는데요. 아이를 키우며 티도 안 나는 집안일까지 해내는 엄마의 이야기를 너무 잘 다루고 있어 무척이나 공감이 갔어요. 아마 저뿐만 아니라 자신의 이름이 아닌 '엄마'의 이름으로 사는 수많은 엄마들에게 공감이 갈 수밖에 없는 이야기일 거라고 생각해요.
모든 일의 시작은 그날 아침 일로부터 시작해요. 어느 날과 다르지 않은 일상으로 시작한 슈미츠 가족, 식탁에 둘러앉아 아침을 먹습니다. 아빠는 뭐가 마음에 들지 않는지 인상을 쓰고 있고 쌍둥이 동생들은 빽빽거리며 울고 있죠. 엄마는 빵에 버터를 바르고 있었는데 하필이면 고양이 슈미츠가 부엌에 토를 합니다. 하지만 누구 하나 빽빽거리는 동생을 달래주지도, 슈미츠가 토해놓은 걸 닦으려 들지도 않죠. 모두 자기 일이 아니라고 생각하는 그 순간들이 쌓여 엄마는 결국 폭발하기에 이릅니다.
그리고 엄마는 파업 선언을 하죠! 그대로 집에서 나가 정원에 텐트를 치고 집안일을 하지 않습니다. 대신 요가를 하며 낮 시간을 보내기도 하지만 아빠가 출근하는 시간엔 쌍둥이를 돌보기도 하죠. 물론 엄마의 파업 선언에 아빠와 쌍둥이, 주인공은 당황스럽습니다. 물건이 어디에 있는지, 어떻게 작동해야 하는지 하나도 알 수가 없죠. 이런 모습 어디선가 보지 않았나요? 아마 집집마다 물건 하나 찾는데 엄마를 찾는 아빠의 모습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기에 낯설지 않은 모습일 거예요. 가부장적인 제도가 오래 남아있었던 동양과 달리 성 평등 의식이 좀 더 일찍 트인 서양이라고 해도 집안에서의 남녀 불평등은 어딜 가나 비슷하나 봅니다.
음식 만들고 아이 키우며 이런저런 집안일을 책임져야 하는 것은 당연히 엄마들의 몫이죠.
사실 엄마들도 빨래, 청소, 설거지 너무 귀찮지만 사랑하는 아이와 하루 종일 밖에서 일하는 남편을 위해 그 모든 것들을 수행하고 있지만 딱히 고맙다는 인사나 작은 도움을 바랄 수 있는 일은 별로 없는듯해요. 그저 엄마가 해왔던 일이고 엄마가 하는 일이니 빨래가 쌓여 있어도, 집안에 먼지가 굴러다녀도 가족들은 아무도 치울 생각을 하지 않습니다. 가끔 이런 일들로 여자들은 스트레스를 받곤 하는데 아이들이 읽으며 엄마의 존재와 엄마가 하는 일이 당연한 것이 아니라는 인식을 가질 수 있어 부모님과 함께 읽으면 좋을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