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후 결혼하는 오브리 언니는 결혼 상대자의 고향에 방문할 예정이라 아빠가 주최하는 산장 여행에서 빠지고 이야기의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핀과 엄마 아빠, 둘째 언니인 클로이와 남자친구 밴, 13살의 나이에 아빠 키를 훌쩍 넘어섰지만 지능이 서너 살 밖에 안되는 막내 오즈와 밀러 가족의 애견 빙고, 핀의 절친인 모와 핀의 엄마와 가깝게 지내는 캐런 이모와 그의 딸 내털리, 밥 삼촌이 이번 여행에 동참하며 북적대는 스키 여행이 시작된다.
할아버지가 지은 산장은 방경 몇 킬로미터 안엔 아무도 살지 않아 고즈넉한 곳으로 저녁이 되자 기온은 떨어지고 눈은 시야가 확보되지 않을 정도로 내린다. 하지만 아빠와 오즈의 제안으로 저녁은 근처에 있는 식당에서 먹기로 하여 이동하던 중 차 사고를 겪은 카일을 태워 인원이 많아진 아빠의 캠핑카는 길에서 마주친 수사슴으로 인해 예기치 않은 사고에 직면하게 된다.
차가 미끄러지며 가드레일을 박고 멈췄지만 가드레일이 힘을 이기지 못하면서 밀러 가족의 캠핑카는 절벽 아래로 곤두박질치게 되고 이 사건으로 아빠는 대퇴골이 튀어나와 청바지가 흥건하게 젖을 정도로 출혈이 심한 상태이며 조수석에 앉았던 주인공 핀은 그 자리에서 즉사하게 된다. 하지만 핀이 사고로 죽은 시점에서도 여전히 핀의 시선에서 이야기가 진행되고 눈이 내리는 추운 겨울밤 핸드폰 수신조차 잡히지 않는 절벽 아래에서 차 안에 타고 있던 사람들은 공포와 추위에 갇혀버린다.
평소 이성적이라 판단이 빠른 엄마조차도 예기치 못한 사건에는 속수무책이었으니 핀의 죽음과 끔찍한 부상을 당한 아빠, 엄청난 추위 속에 사람들 아침까지 기다리자는 의견과 구조요청을 하러 떠나자는 의견으로 갈리게 되고 가만히 기다릴 수 없었던 구조요청 팀이 먼저 출발하게 된다. 살을 에는 추위 속에서 살아남았지만 구조될 수 있을지, 추위 속에서 살아날 수 있을지 모를 극한의 공포와 두려움은 살아남은 이들에게 평상시 볼 수 없었던 모습을 이끌어낸다.
그리고 자신의 죽음 이후에도 남겨진 사람들을 지켜보며 핀의 시선에서 진행되는 이야기는 죽음에 맞닥뜨린 공포와 고립이 인간을 어떻게 변화시키는지 처절하게 묘사하고 있어 많은 생각을 들게 한다.
첫 장부터 남다른 몰입을 느끼게 해준 <한순간에>는 그날의 사건으로 살아남은 자들의 모습이 어떻게 비치고 기억되는지, 자기식대로 왜곡돼버린 기억과 극한의 상황에서 인간의 양심이 얼마나 덧없는지 직시하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