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로 나오기 전 학교에서 친구들과 끊임없이 경쟁하며 성적에 울고 웃던 나날들을 보내면 지금까지의 힘듦을 보상받을 수 있는 자유가 주어지리라 생각하지만 학교를 벗어나 성인으로서의 첫발을 내딛게 됨과 동시에 차라리 학생 때가 좋은 것이란 걸 뼈저리게 느끼게 된다. 학생 때는 교복이나 두발의 단정화나 성적, 교우 관계에 신경을 쏟았다면 학생을 벗어나는 순간엔 누가 가르쳐 주지 않는 눈치와 요령껏 해내는 적당함, 선배들의 상처 어린 말에도 적당히 넘어갈 줄 아는 지혜 등 내 스스로 깨치고 나아가는 날들의 연속이라 생각지도 못했던 고단함이 있다.
그럼에도 어떻게든 자기 내면을 외면하며 앞으로만 나아가려는 사람, 가족들의 기대를 저버리지 못하고 묵묵히 앞으로 향하는 삶이 정답이라고 생각하는 사람, 하고 싶은 일들을 했지만 사회에 제대로 된 명함을 내밀지 못하는 사람, 그때그때 상황에 맞게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쫓았던 사람.... 나는 과연 어떤 사람이었나를 정의한다면? <쓸 만한 일>은 '나를 구성해온 일들의 기록'이란 주제로 오롯이 내가 지나온 길들에 대한 기록을 엮은 책이다.
영화감독, 여성학자, 시민단체 활동가, 배우, 사회적 기업 대표, 동화 작가, 주부, 백수, 문화기획자 등 스무 명의 '나의 기록'을 엮은 이야기로 좋아하는 것, 하고 싶은 것, 해온 일들, 가정 환경, 지금 하는 일 등 똑같지 않은 이야기들을 보면서 사회적 잣대로 성공과 실패의 기준이 얼마나 덧없고 무의미한 것인지 느끼게 된다. 누군가의 시선에선 사회적으로 안정되고 굉장한 스펙처럼 다가올 수도 있는 일이지만 그 사람이 성공이라 일컬어지는 것을 이루기 위해 다른 사람과 다를 바 없는 두려움과 불안감으로 힘들어했음을 알 수 있었고 그와 달리 사회적으로 이렇다 할 직업을 일구지는 못했지만 그렇다고 그 사람이 지나온 길들이 비루하고 허접했던 것은 아니었음을 알 수 있었다.
누군가와 끊임없이 비교하며 나에 대한 자책으로 이어지기보다 누군가의 시선에서 나란 사람이 뛰어나지 않지만 그런 나 자신을 초라하다 느끼지 않고 지나온 내 인생이 지금의 나를 만들어준 밑거름이라며 말하는 사람들을 보며 역시 인생에 정답은 없고 누군가의 시선을 의식하고 비교하는 삶이 아닌 내 스스로 만족하고 감사해하는 삶을 만들어나가는 이야기를 통해 내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가라는 고민을 해보게 되었던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