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카롭게 살겠다, 내 글이 곧 내 이름이 될 때까지
미셸 딘 지음, 김승욱 옮김 / 마티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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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티 / 날카롭게 살겠다, 내 글이 곧 내 이름이 될 때까지 / 미셸 딘 지음

"넌 너무 머리가 좋아서 탈이야"라는 말이 당시 사회를 떠올려보면 저주에 가까운 폭언이었음을, 그 말에 묻혀 평범하게 살아갔을 수많았던 여성들 중 자신의 재치를 살려 날카로움으로 사회에 대한 비판을 끊임없이 쏟아냈던 여성들의 이야기 <날카롭게 살겠다, 내 글이 곧 내 이름이 될 때까지>는 평론가로 인권운동가로 소설가로 살아갔던 여성들에 대한 이야기이다.

이미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인물들이 있는가 하면 어디선가 이름은 들어봤지만 그녀의 생애에 대해서는 잘 모르고 있다거나 이름마저 생소하게 다가온 인물들의 이야기가 실려 있는데 다른 책과 달리 개개인의 이야기를 별개로 다룬 것과 함께 등장인물들을 통해 서로의 연결 관계를 보여주고 있어 새로운 사실들을 알 수 있었다. 워낙 대단한 인물들이라 그녀들의 전기를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지만 서로의 연결고리를 한눈에 살펴볼 수 있는 책은 많지 않았던 것 같아 좀 더 특별하게 다가왔던 것 같다.

도로시 파커, 리베카 웨스트, 조라 닐 허스턴, 한나 아렌트, 메리 매카시, 수전 손택, 폴린 케일, 존 디디언, 노라 에프런, 레나타 애들러, 재닛 맬컴, 릴리언 핼먼의 인생 전반기에 대한 이야기와 그녀들이 어떻게 사회 속으로 뛰어들었는지, 그녀들이 쓴 글들이 사회적으로 어떤 이슈를 낳았고 당시 사람들이 어떤 매력 때문에 그녀들의 글에 이끌렸는지 등을 감정적 가감 없이 엿볼 수 있다는 점은 사회적 평판이나 대중들의 비판, 그녀 개개인의 사생활에 치우치지 않고 살펴볼 수 있다는 점은 한쪽 감정에 치우치지 않고 읽을 수 있어 오히려 편하게 다가왔던 것 같다. 글을 쓴 저자의 감정에 휘둘리지 않고 읽을 수 있다는 점이 가장 큰 매력이란 생각이 들었는데 시대의 한 획을 그었던 당찬 여성들이었지만 서로가 서로에게 비판적이며 같은 여성임에도 소통하지 못한 채 날카로운 말들을 쏟아내는 일화 등은 의외로 다가오기도 했다. 반면 나이차에도 오랫동안 소통한 이야기도 볼 수 있었는데 그녀들의 이야기 속 '한나 아렌트'에 대한 남다른 비중이 기억에 남는다.

여성 참정권이 허용되지 않던 시대에 남녀의 차별과 사회적 불평등을 냉정하게 비판하며 사람들의 의식을 눈뜨게 한 그녀들, 차별 대우를 당연하게 받아들이지 않고 날카로운 비판으로 펜을 휘둘렀던 그녀들의 글은 수시로 사람들의 비판에 시달렸음에도 대수롭게 여기지 않는 대범함 또한 인상적이었다. 대범하게 응수하거나 다음 글에 그들에 대한 비판적인 글로 응징하거나 그녀들의 쥐고 있던 펜은 당연시되었던 남자들을 향해 날카로움으로 빛을 발하였으니 그녀들의 노력이 아니었다면, 그녀들의 비참함이 아니었다면 여성의 지위는 지금과 같지 않았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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