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적 부모님과 함께 보던 드라마에서 극중 주인공들이 늘 하던 말이 있었는데 바로 '나는 엄마처럼 살지 않겠다'였다. 왜 어린 시절에도 그 대사가 그렇게도 기억에 남았던 것인지, 당시엔 그 말이 무슨 뜻인지도 몰랐음에도 극중 딸들의 절규에 가까운 액션 때문이었는지 아직까지도 생생하게 기억에 남아있는데 내가 부모가 되고 보니 딸아이에게 그런 말을 듣는 엄마는 되고 싶지 않다는 다짐을 뜬금없이 하게 될 때가 생기면서 아이를 키우는 것은 그저 인간을 성장시키는 외면의 모습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란 것을 많이 깨닫게 된다.
나는 주위에 다정한 모녀를 보면 부러움과 속상함을 동시에 느낀다. 사람의 관계라는 것이 노력한다고 해서 바람대로 되지 않는다는 것을 나는 부모에게서 처음 경험했는데 아이가 없을 땐 나 하나만 건사하면 됐지만 결혼하여 아이를 낳고 보니 나와 같은 상처를 받지 않고 자랐으면 하는 바람에 아이를 어떻게 키워야 할지 반성과 고민을 저절로 많이 하게 되었다. 하지만 아이를 키우며 여러 번의 경험을 통해 터득되는 것들에도 불구하고 나는 여전히 아이를 어떻게 키워야 좋을지 답을 갈구하는 수험생 같은 기분에 젖어들 때가 많다.
세상은 살만한 곳이며 하고 싶은 것이 있고 소소한 것에도 행복함과 감사함을 느낄 수 있는 아이로 자랐으면 하는 마음과 실패에도 다시 일어설 수 있는 회복탄력성이 좋은 아이로 자라났으면 하는 바람은 변하지 않는데 반해 가끔은 아이가 힘들 때마다 냉정한 말로 상처 주지 않고 다독거려주고 위로해 줄 수 있는 든든한 엄마가 되어가고 있는 것일까란 의문도 함께 든다. 힘들 때 곁에 있어주고 위로해 주며 함께해서 소홀할 때도 있지만 그럼에도 가족이 아니면 할 수 없는 것들을 느끼게 해주는 부모가 되고 싶은 마음은 가끔씩 방향을 잃는 것이 아닐까란 의구심으로 변해 조바심이 들기도 한다.
그래서 <엄마가 딸에게 해주고 싶은 말>을 읽어 보고 싶었다. 아이가 어렸을 땐 이럴 때는 이렇게, 저럴 때는 저렇게 하는 거라고 알려주는 것이 부모의 역할이었다면 지금은 아이의 생각을 듣고 함께 이야기하며 좋은 엄마이자 친구같이 편안한 부모가 되었으면 하는 마음이기에 이 세상에 단 하나뿐인 소중한 딸에게 해줄 수 있는 말들이 뭐가 있을까 궁금했다.
세상에 단 하나뿐인 내 아이에게 필요한 코칭이 담긴 책은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지금껏 여러 권을 보았다. 딸에게 해줄 말이 뭐가 있을지 궁금하면서도 기존에 보았던 식상함을 만나게 되는 건 아닐까란 두려움도 있었던 게 사실이었다. 하지만 읽다 보니 이 책은 딸을 위해서도 좋은 글이지만 딸을 키우며 오늘보다 내일 더 발전할 나 자신에게 하는 마음의 소리같이 느껴져 글귀를 쉽게 지나칠 수 없었던 것 같다.
엄마가 어떻게 딸을 키워야 하는지 보다 엄마인 내 스스로가 행복하고 꿈을 쫓아가야 아이의 꿈을 휘두르지 않을 수 있다는 이야기에 나 자신에 대한 미래 고민이 많은 나에게는 그냥 지나칠 수 없는 가르침으로 다가왔다. 아이가 나의 소유물이 아니기에 사사건건 간섭하고 가르치기보다 함께 성장해나갈 동료 같은 느낌이 들어 방향을 잃은 기분이 들 때마다 책장에서 꺼내어 읽어보게 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