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가리는 커뮤니티 매니저의 고군분투 성장기라는 표지가 눈에 띄었던 <오늘도 만나는 중입니다>는 커뮤니티 매니저라는 직업도 독특하게 다가왔지만 어쨌든 사람과 만나는 일이 잦을 수밖에 없는 직업에 낯을 가린다는 표현에 묘하게 동질감이 느껴지면서도 흥미롭게 다가왔다.
그리고 다소 낯설었던 커뮤니티 매니저라는 직업보다는 인간이 인간을 대하는 제대로 된 예의를 들여다본 것 같아 그 어떤 내용보다 많은 것들을 느끼고 배우게 됐던 시간이었다. 저자의 좌충우돌 고군분투기가 어쩌면 이리도 올곧고 건전하며 건강할 수 있는지, 그 나이의 나는 전혀 생각해 보지 못했거나 한두 번쯤은 생각만 하며 씁쓸한 마음을 쓸어내렸던 일들 앞에 저자는 직접 행동으로 옮기고 부딪치며 한 걸음씩 전진하는 모습이 너무도 인상적이었다. 인생을 이렇게 살아갈 수도 있었음을 왜 그때의 나와 지금의 나는 미처 알지 못했을까란 반성이 많이 들었다.
누군가에게는 한 사람의 인생 고군분투기로 보일 수도 있을 내용이 재미있게도 나에게는 깊은 깨달음으로 가득 찬 내용으로 다가와졌음을, 생각이 많아지는 연말이라 더 그렇게 다가왔던 건 아닐 텐데 타인에게 인정받고자 하는 그릇된 열망과 가식이 아닌, 그저 인간이 인간 그대로의 모습을 들여다보고자 하는 시선이 그대로 전달되어 그 자체가 나에게는 꽤나 강한 자극이 됐던 것 같다.
옆 사람보다 하나라도 더 뛰어남을 끊임없이 증명해내야만 하는 요즘 시대에 학력이나 스펙, 무엇 하나 뒤지지 않을 당당한 자신감으로 무장한 사람도 결코 보지 못할 사람에 대한 예의와 시선이 이 책에 담겨 있다. 위선과 냉정함, 어찌하지 못할 동정 앞에 눈을 돌려버려야 하는 마음 앞에 그런대로 괜찮다며, 그것이 나쁜 것은 아니라는 위로와 함께 그럼에도 그것을 깨고 사람과 눈을 마주하는 것에 대한 온기를 전하고 있어 읽는 내내 마음이 따뜻해졌다.
열심히 앞만 보며 달렸지만 뭔가 하나를 잃어버린 듯한 텅 빈 공허함이 무엇이었는지 많은 사람들이 이 책을 읽으며 같이 공유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