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한서재 / 저세상 오디션 / 박현숙 장편소설
징크스를 피해 하루의 시작을 잘 할 수 있다고 안도한 순간 일호는 동생의 이죽거림과 담배를 피우다 아빠에게 들키는 등 엉망으로 하루를 시작하게 되고 학교에서조차 억울한 일을 당해 기분이 좋지 않다. 하필이면 그런 날 일호는 늘 다니던 길을 놔두고 지름길로 가다 옥상에 서있는 같은 반 나도희를 발견하게 되고 그녀를 구하기 위해 옥상으로 향했다가 그대로 건물에서 떨어져 이승도 저승도 아닌 중간 세계에 오게 된다.
그리고 그곳엔 자신이 구하려다 함께 떨어진 도희는 물론 자살로 생을 마감한 사람들이 있었고 그들과 함께 어딘지도 모를 길을 얼마나 걸었는지 모르게 되었을 즈음 그들의 길을 막아선 마천과 사비를 만나게 된다. 인간이 태어남에 관여하는 마천은 어려운 고민을 통해 인간세계에 보낸 그들이 스스로 자신의 생을 마감한 것에 분노했고 죽은 그들이 갇힌 이 공간에서 벗어나기 위해선 10번의 오디션을 통해 심사위원을 울려야 하는 미션을 던져준다. 하지만 도희를 구하려다 억울하게 떨어져 죽은 일호는 마천에게 자신은 자살을 한 게 아니라고 하소연하지만 마천은 귀담아듣지 않는다.
그렇게 얼결에 시작된 오디션, 얼굴을 알 수 없는 심사위원들을 두고 생전에 유명했던 가수 이수종이 먼저 노래를 시작하며 오디션을 보지만 가차 없이 탈락하게 되고 이어진 2차 3차에서도 합격자는 배출되지 않는다. 일호를 제외한 열두 명의 자살자들은 이수종조차 합격하지 못하는 오디션에 낙담하지만 죽었음에도 그들을 덮는 엄청난 추위에 못 이겨 각자의 장기자랑을 펼치지만 합격자는 배출되지 않는다.
그리고 자신과 함께 무리에 있던 도진도의 도움으로 일호는 자신이 자살한 것이 아니라는 것을 마천에게 알리고 마천은 일호가 자살한 것이 아님을 그제서야 알고 자신들의 실수가 있었음을 알게 된다. 일호의 뒤에서 마천에게 딜을 하라고 부추기는 도진도는 그 속에서 도희만 빼라는 이야기를 전하는데....도진도는 나도희와 어떤 관계이며 어떤 속내가 있는 것일까....
구미호 식당을 재미있게 읽어서 이어진 2권은 1권의 이야기와 어떻게 이어질까 궁금했는데 <저세상 오디션>이라는 제목만큼 1권과는 크게 상관없는 이야기가 등장한다. 1권에서처럼 이승에도 저승에도 가지 못하고 갇혀 있는 공간에서 그곳을 벗어나기 위해 스스로 목숨을 끊은 이들은 오디션을 봐야만 하는데 죽으면 모든 게 끝일 거란 생각에 자살을 선택한 이들은 죽어서도 편하지 못한 이 상황이 혼란스럽고 힘겹기만 하다. 너무도 힘들어 죽음을 선택했지만 죽어서도 끝이 아니라는 이야기는 죽음에 대해 한 번 더 생각해 보라는 메시지를 전하는 것 같아 기억에 오래 남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