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돈 들여 장비를 갖추지 않아도 퇴근 후 남는 시간을 활용해 배달을 할 수 있는 라이더 전성시대, 직접 체험하지 않았다면 한 번쯤은 나도 해볼까? 란 생각을 해봤을 텐데 얼마 전 운동을 마치고 어둑어둑해진 길을 되돌아오면서 이제 갓 사회 초년생인듯한 젊은이가 전동 킥보드를 타고 주소지를 검색하는 것을 보면서 그것이 젊기에 뭐라도 부딪쳐야 할 패기로 느껴지지만은 않았던 것 같다. 모쪼록 몸 상하지 않고 인생에서 무언가를 배우며 성장할 수 있기를, 후회로 남지 않고 인생을 살아가는 밑거름이 되기를 바랐던 것 같다.
라이더들이 빨리 배달하기 위해 신호를 어기고 차들로 붐비는 왕복 8차선 길을 아슬아슬하게 지나갈 때 예전 같았으면 '저 사람들 참 부지런하게 사는구나, 나도 열심히 살아야겠다'라는 다짐을 했겠지만 그렇게 젊은 시절을 보내니 지금은 그들의 어깨에 내려앉은 고달픔이 애달프게 느껴질 때가 많다. 무엇이 그들을 힘들게 하는가, 무엇이 그들을 길거리로 내모는가라는 물음으로 이어지면 왠지 사회가 암흑같이 느껴지고 있는 사람들과의 격차가 너무 벌어져 희망이 생기지 않는다. 아마 몇 달 전 플랫폼 시장에 관한 다큐멘터리를 보지 않았다면 일한 만큼 받는 그들의 돈벌이에 크게 관심을 가지지 않았을 것이다. 거대화된 플랫폼 시장에서 돈을 버는 건 오로지 경영주 뿐이었고 고용된 사람들은 수수료와 경쟁으로 인해 제대로 된 돈벌이는 물론 가족과 함께 지내는 시간을 줄이며 차에서 먹고 자며 일하는 시간을 늘려도 계속되는 악순환에 빠져 집세조차 내지 못하는 생활을 보며 충격을 받았더랬다. 먹고살기 위해 일을 하지만 어린아이들을 보지 못한 채 차 안에 매여 오로지 일만 해야 하는 생활, 이것이 인간의 삶이란 것이 비현실적으로 다가와졌던 것 같다. 그리고 최근 코로나로 인해 엄청나게 늘어난 물량에 택배기사가 과로사하는 일들이 늘어나면서 그들의 삶이 나와 다르지 않고 멀지만은 않게 느껴져 착잡하고 분노하게 됐던 것 같다.
<뭐든 다 배달합니다>는 플랫폼 노동의 중심에 서 있는 쿠팡과 배민 등을 직접 겪은 기자의 플랫폼 노동시장 체험기이다. 플랫폼 노동자들의 이야기를 녹음하고 받아 적은 이야기가 아니라 저자가 직접 경험하며 적어내려간 이야기이기에 플랫폼 시스템의 두 얼굴을 여과 없이 마주하게 된다. 그 여과 없음에서 사고하는 인간의 고유 능력은 생각하지 않음으로 전락하고 오로지 수동적인 노동에 얽매이게 하는 시스템은 경악과 암울함을 전해준다. 이미 아마존의 악명 높음은 유명하다. 인간을 인간으로 바라보지 않는 노동 시스템은 아이러니하게도 그것들이 활성화될 수밖에 없는 소비현상을 낳아 노동자들의 아우성은 거리감만 느껴진다. 그리고 그것을 그대로 따온 쿠팡 시스템 또한 소비자들의 전폭적인 지지를 얻으며 소비자들이 편한 생활을 영위할 수 있게 해주지만 정작 노동자들의 삶은 개선되지 않는다는 건 문제가 아닐 수 없다.
노동의 최전선에 내몰린 사람들의 이야기는 어제오늘 일은 아니지만 도대체 몇 명이 죽어나가야 제대로 된 법안이 마련될는지, 거대 자본 시스템에 먹힌 인간의 상실성이 언제쯤이면 나아질는지, 나아지기나 할는지조차 모르겠지만 나와 다르지 않을 사람들의 노동 이야기가, 앞으로 내 아이들이 겪게 될 사회 시스템의 개선을 위해서라도 관심을 두고 고민해야 할 문제라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