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기린 해부학자입니다 - 기린 덕후 소녀가 기린 박사가 되기까지의 치열하고도 행복한 여정
군지 메구 지음, 이재화 옮김, 최형선 감수 / 더숲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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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숲 / 나는 기린 해부학자입니다 / 군지 메구 지음

 

얼마 전 일본 산골마을에서 발견되는 동물 사체를 해부한 책을 흥미롭게 읽었는데 시기를 크게 두지 않고 기린 해부학 책을 만나게 되었다. 처음 접해보는 소재이고 기린을 해부한다는 것은 상상조차 해보지 않았기에 더욱 흥미롭게 다가왔는데 <나는 기린 해부학자입니다>는 기린 덕후가 기린을 좋아하고 기린을 해부하며 연구한 이야기들을 담은 책이다.

왜 하필 기린일까? 란 궁금증이 일었지만 생각해 보면 정말 좋아하는 것엔 딱히 이유가 없거나 모든 것이 이유가 되었던 것을 떠올리면 궁금증 자체가 어쩌면 의미 없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기린은 목이 긴 동물이다. 하지만 재미있게도 포유류이기에 사람과 똑같이 경추가 7개로 되어 있다. 목이 짧은 사람도, 목이 엄청나게 긴 기린도 경추가 7개란 사실은 꽤나 놀랍게 다가왔는데 그렇다면 그 긴 목을 기린은 어떻게 자유자재로 움직일 수 있을까란 궁금증이 저절로 든다. 신체학적으로 보면 너무 긴 목으로 인해 균형이 맞지 않아 보임은 물론이고 물을 마시는 것도 쉽지 않아 다리를 벌리고 마셔야 하며 앉았다 일어서는 동작 자체가 빨리 이뤄지지 않기 때문에 천적으로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서는 편하게 눕지도 못한다는 것을 동물의 왕국에서 본 기억이 있기에 누구나 해봤을 궁금증을 따라 책을 읽어나가게 됐던 것 같다.

누군가가 기린의 제1흉추는 제8경추라고 쓴 논문을 보고 저자와 담당 교수는 말도 안 되는 이야기라고 넘겼지만 나중에 무엇을 연구할 것인가라는 주제로 고민할 때 이 주제는 연구해볼 만한 가치가 있는 주제이며 여러 번의 해부를 통해 저자는 기린과의 속하는 오카피와 다른 기린의 제1흉추의 구조를 밝혀내 박사가 되기에 이른다.

동물원에나 가야 볼 수 있는 기린이 죽고 그것을 해부한다는 것이 생각보다 자주 일어나지는 않을 거라는 예상을 깨고 의외로 빈번히 이뤄지는 기린의 부고와 생생한 해부학 체험기는 평소 기린에 관심이 없었던 사람들이라도 흥미진진하게 읽을 수 있는 호기심을 불러일으킨다. 목이 길어 너무 불편하지 않을까 싶었던 기린의 목 근육이 상당히 발달되어 있다는 사실과 기린의 종류가 무려 4종이나 된다는 사실은 당장 동물원으로 달려가 무늬를 확인해보고 싶은 충동까지 불러온다.

기린에 대한 남다른 열정을 가진 소녀가 박사가 되기까지 기린과 함께하는 체험기가 담긴 <나는 기린 해부학자입니다>는 동물 해부학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읽게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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