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값의 거짓말 - 김원장 기자가 팩트체크한 땅, 집 그리고 가격
김원장 지음 / 해냄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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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냄 / 집값의 거짓말 / 김원장 지음

서울에 규제구역이 생기기 시작하니 돈 좀 있는 사람들이 인천으로 눈을 돌리기 시작했다. 갑자기 자고 나면 몇천씩 올라 1억 2억이 오른 아파트 이야기를 들으며 다들 미쳐가는구나란 생각이 들었다. 첨엔 실제로 살 것도 아닌 투기 목적으로 인천 집값을 올려버린 외지 사람들을 탓했으나 이 또한 어쩌면 이미 예상돼 있었던 시나리오는 아니었을까 싶은 생각도 들었다.

대출을 규제하고 투기 지역을 규제하면 은행에 돈을 넣어놔도 비웃음만 자아낼 이자를 붙이느니 차라리 그 돈으로 서울에서 가까운 지역에 아파트를 사놓는 게 이 시대를 살아가는 현대인의 지혜였으리라. 어쩌면 너무도 당연한 흐름이었음에도 자고 나면 치솟는 아파트 가격 얘기는 참 인생이 단번에 허탈해질 정도로 사람을 우울하게 만든다. 그전에도 지금도, 아마 먼 훗날에도 그럴 테지.

신혼 초 아는 지인이 꿈도 못 꿀 아파트에 살며 재산세가 비싸다고 투덜대는 모습을 보면서 저게 과연 집 없는 사람 앞에서 징징댈 일이던가? 란 생각이 들었었다. 자고 나면 몇천씩 오르는데 꼴랑 재산세 몇십만 원 내는 게 뭐가 그렇게 울상 지을 얘기일까 싶어 적잖은 당혹감을 느끼게 해준 그 사람의 일화는 최근 보유세 이야기를 보며 또 한 번 느끼고 있다. 집을 가지고 있으면서 보유세가 올랐다고 억울하다며 토로하는 사람들의 인터뷰를 보며 나는 지금도, 아마 먼 훗날에도 저 사람들 이야기에는 공감할 수 없으리란 생각이 들었고 만약 로또에 맞아 (요즘은 로또에 맞아도 강남 아파트를 사지 못하지만) 누구나 부러워할 만한 아파트에 살게 된다 하더라도 저런 징징대는 모습은 보이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을 했더랬다. 어쨌든 그들도 나름의 사정은 있을 터, 수억 원이 올랐지만 지금 당장 팔지 못하는 재산에 보유세를 올려 내라고 하면 당장은 왠지 억울한 기분이 들 것 같다. 뭐 그게 그렇다고 뉴스에 나올 이야기이던가? 란 게 나의 생각이다. 가지지 못했기에, 가진 게 없어 겪어보지 못했기에 당연히 공감할 수도 없는 그들의 이야기, 그들만의 리그는 뭐가 억울한지 당최 알 수 없지만 언론에서 불쌍함을 조장하는 듯한 보도에 늘 의구심이 들곤 하였더랬다.

그리고 이 책 <집값의 거짓말>은 그런 불편함 들을 정확히 집어내고 있어 등이 다 시원한 느낌이었다.

 

 

 

  '자고 나니 1억이 올랐더라', '평당 1억이라더라', '매물이 없다더라'

아니 왜 늘 매물은 없는 것일까, 이제는 아이 울음소리를 듣는 일도 어려워진 시대이고 사회학자들은 인구 절벽을 걱정하는데 그렇다면 도쿄처럼 빈집이 생겨난다고 해도 이상해지지 않을 시대에 여전히 집이 모자라다며 공급에 열을 올리는 걸 보면 내 머리로는 여전히 의구심만 남는데 아무리 인구가 줄어든다고 해도 혼자 사는 세대가 많아지면 집이 모자랄 만도 한 건가 싶다가도 주위에도 집을 몇 채씩이나 가지고 있는 사람들을 보면 혼자 사는 가구 수가 많아졌다고만 치부하기에도 뭔가 미심쩍은 부분이 생기기 마련이다.

그리고 지금껏 너무 많은 언론에 휘둘리며 부동산만 보고 죽어라 달려나갔구나 싶은 생각이 책을 읽으며 내내 들었더랬다. 내가 사는 인천도 이미 과열되고 있는지라 청년들이 부동산에 뛰어들었다는 이야기를 주변에서 심심찮게 듣곤 하는데 시대상이 너무도 반영된 이야기라 듣고 있으면 씁쓸해지는 기분을 지울 수가 없다.

한때는 자고 일어나면 몇천만 원씩 오르는 아파트값 때문에 어린아이를 새벽같이 어린이집에 맡기고 일터에 나가는 나 자신이 바보 같고 한심해 보여 마음먹고 부동산 공부를 했던 적도 있었다. 그리고 사회학자와 부동산 컨설팅을 직업으로 삼는 사람들 이야기 사이에서 뭔가 이건 아니라는 생각에 부동산 관련된 책은 어느 순간 멀리하게 됐던 것 같다. 그럼에도 여전히 예측할 수 없지만 자고 일어나면 오르는 아파트값에 대한 이야기엔 귀가 솔깃해질 수밖에 없다. 아마도 많은 사람들이 그러하리라 생각한다.

부동산을 예측하는 사람들이 너무 많다. 향후 몇 년 안에 어떻게 된다고 장담하듯 이야기하는 사람을 보며 나도 마지막 열차에 올라타야겠다는 조바심도 여러 번 들었더랬다. 하지만 솔직히 그런 장담이 맞았던 적이 얼마나 있었던가.... 정작 그 사람의 예측이 틀렸대도 묻히면 그만인 것이다. 이 책은 무언가를 예측하기보다 독자들에게 합리적 판단의 중요성을 누누이 강조한다. 언론만 보고 부동산 열기에 무리하게 휩쓸리기보다 그것들을 나 자신이 걸러내고 합리적인 비교가 가능한 시야를 확보하는 것의 중요성은 부동산에 휘둘리며 상처받은 사람들에게는 그 무엇보다 현실적인 조언이 아닐 수 없다. 무리하게 대출을 받아 아파트를 산다고 해서 모두가 돈을 버는 것은 아니므로 부동산을 희망의 눈으로 바라보는 사람들에겐 꼭 필요하지 않을까 싶다.

 

 

 

<출파사로부터 제공받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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