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었을 때는 하고 싶었던 것이 많았던 것 같다. 밤을 새워도 크게 고단하지 않았고 지독하리만치의 고생은 그저 인생을 배우는 단계일 뿐이라고, 그렇게 조장하는 사회의 분위기 속에서 내 몸을 돌보지 않고 그저 열심히 노력, 또 노력하는 것이 정답인 줄만 알았던 시기가 있었다. 하지만 나이를 먹으며 그것이 얼마나 바보 같은 짓이었는지, 과로할 정도로 몸을 돌보지 않은 덕에 여기저기 많이도 아팠고 열심히 배우겠다는 의지는 덧없으며 돈을 벌겠다는 의지는 힘들게 번 병원비로 나가는 것을 보면서 비록 인생의 단면을 배웠다는 교훈은 있었지만 당시에는 모든 것이 마냥 덧없고 기운 빠지는 경험으로 다가와 한동안 몸만큼이나 정신적으로 힘든 시기를 견뎌내야 했었다.
그런 시기를 견뎌내며 정작 나는 무엇을 좋아하고 하고 싶어 하는지 몰라 미래의 청사진 앞에 막막함을 느낄 수밖에 없었고 사실 그런 느낌은 지금까지 계속되는 느낌이다. 정작 중요한 내가 하고 싶은 것이 무엇인지 모른다는 것은 죽은 것과 다름없다고 생각됐기에 어느 순간 나도 모르게 하고 싶은 것에 대한 강박감이 생긴 것 같았고 그런 감정들이 섞여 하루의 기분을 끝도 없이 끌어내리며 우울하게 만들곤 했었다.
물론 이런 감정들은 인생을 살아가며 절대 사라지지 않을 감정이란 걸 이제는 안다. 나이가 들어간다고 해서 인생을 대하는 것에 중국 사극영화에서나 나오는 대인이 떠올려질 만큼 관대해지지 않는다는 것도 이제는 안다. 기분이 바닥일 때는 도움도 안 될 이런 감정들 때문에 뭔가 탁하고 기운이 없어지기도 하고 그래서 이렇게 되풀이될 인생이 보잘것없고 하찮다는 생각에 괴롭기도 하지만 그 시간들이 지나면 또다시 작은 것들에 의미를 부여하며 작은 행복감을 느끼리라는 것도 이제는 알게 되었다.
<뭘 하고 싶은지 뭘 할 수 있는지 모르겠지만 일단 나에게 좋은 사람이 되고 싶어>는 겉으로 말하지는 않아도 많은 사람들이 안고 살아갈 고민거리이기에 공감할 수밖에 없는 이야기라는 생각이 들었다. 다른 사람까지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나에게는 항상 따라다니는 고민거리이기에 지금도, 앞으로도 이 문제에 대해 고민할 수밖에 없을 텐데 과연 책에는 어떤 내용이 담겨 있을지 호기심이 들었다.
이 책을 통해 획기적인 삶의 방향을 정한다던가 솔로몬의 지혜를 얻은 것 같은 명쾌한 해답을 찾으려 했던 것은 아니었다. 그저 작은 위로, 공감만 얻어도 족하리라는, 사실 가장 필요한 그러한 감정들을 느끼고 싶었더랬다. 그림과 글이 실려 있기에 무난하게 읽을 수 있어 부담감이 없다는 점도 좋았지만 무엇보다 예상보다 더 많이 마음을 다독거려주어 책을 덮으며 그럼에도 다시 잘해봐야겠다는 다짐을 하게 되었다. 한 번에 잘할 수 없더라도, 실수에 대한 화살을 내 안으로 돌리게 되더라도 그래도 다시금 기운 내보자는 작은 용기를 전해준 김시옷 작가님께 감사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