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가의 이야기를 흥미진진하게 그려냈던 <한자와 나오키>를 읽으며 '이 작가 심상치 않다'는 것을 감지했던 첫 만남, 그런 첫 대면이 너무도 성공적이었기에 이어 출간된 <루스벨트 게임>이나 <일곱 개의 회의>도 기대에 어긋남 없이 다가왔고 이후 '이케이도 준'이란 이름만 들어도 1초이 망설임 없이 환호하게 되는 독자가 되어버렸다.
보통 작품의 장르가 다양하고 취향도 제각각이기에 한 작품에 대한 독자의 의견은 여러 갈래로 갈리기 마련이지만 '이케이도 준' 소설을 읽은 독자들의 목소리는 늘 한결같기에 믿고 보는 작가 대열에 당당히 이름을 올린 그의 이번 작품은 우주비행사를 꿈꾸었던 주인공이 우주 로켓을 만드는 연구자가 되었지만 뜻대로 풀리지 않았던 시험위성 발사 사건으로 연구직에서 물러나 가업인 '쓰쿠다 제작소'란 변두리 공장을 이어받으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우주과학개발기구에서 국가의 지원을 받으며 시험위성 발사 준비를 하던 쓰쿠다는 시험위성 발사가 실패하자 연구자로서의 입지가 좁아진다. 그 시기에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변두리에 위치한 쓰쿠타 제작소를 이어받은 쓰쿠다는 자신의 특기를 살려 아버지가 경영할 때보다 공장의 규모를 단번에 끌어올린다. 하지만 경영자보다 연구자에 더 가까웠던 쓰쿠다는 은행에서 대출받은 금액을 연구개발비에 쏟아부으며 공장을 경영해나가는데 안좋은 일은 한꺼번에 일어난다고 했던가, 쓰쿠다 제작소의 매출 10퍼센트를 차지하는 주 거래처인 게이힌 기계공업으로부터 방침이 변경되었으니 거래를 중지해야겠다는 통보를 받는다. 이에 주거래 은행에 신청해놓은 대출에서도 눈에 보이는 성과보다 눈에 보이지 않는 연구개발비를 많이 써 대출이 곤란하다는 답변을 듣게 되는데 경쟁업체인 나카시마 공업으로부터 자신들의 엔진을 쓰쿠다 제작소가 베껴 이익을 침해했다는 소송에 휘말리며 절체절명의 위기에 봉착하게 된다.
이미 기존에 이 문제로 인해 나카시마 공업 임원들과 면담을 가졌던 쓰쿠다의 반박에 잘 마무리됐다고 생각했지만 나카시마 공업이 쓰쿠다 제작소가 자신들의 부품을 베꼈기에 소송하기에 이르렀다는 내용을 언론에까지 흘리며 쓰쿠다 제작소는 더욱 위기에 몰리게 된다. 오히려 자신이 개발한 엔진을 나카시마 공업에서 베낀 꼴이었으나 사업 규모가 큰 나카시마 공업을 이기기란 어려워 보이는 현실 속에서 쓰쿠다는 나카시마 임원진들이 쳐놓은 덫에 걸려 고뇌에 휩싸이게 되는데....
변두리 공장이지만 기술력 하나만큼은 뛰어난 쓰쿠다 제작소를 뒤흔들어 공장을 와해시키려는 나카시마 공업의 의도는 사회의 약육강식 시스템을 여과 없이 보여준다. 연이은 절망스러운 상황에 쓰쿠다 제작소는 어떻게 살아날까, 제발 작가님의 통쾌함으로 이런 불합리함을 어서어서 응징해 주길 기다리는 독자의 마음을 찰떡같이 알아채고 쓰쿠다의 암담한 상황 속에 통쾌함으로 몰아갈 이들이 등장한다.
<한자와 나오키> 시리즈도 그랬지만 <변두리 로켓>도 한 권으로 끝나는 것이 아닌 시리즈물이라 더욱 기대를 갖게 하는데 이미 일본에서는 인기에 힘입어 2018년 드라마화까지 되었다고 하니 재밌는 작품은 사람들이 먼저 알아보는 것은 불변의 진리인 것 같다.
'이케이도 준' 작가의 소설이 더 통쾌하고 짜릿하게 다가오는 것은 주인공들이 약자의 입장이란 데 있는 것 같다. 대부분 일반인들의 삶과 다르지 않은 주인공의 등장은 우리가 겪는 크고 작은 불합리함의 그것과 닮아 있기에 주인공이 느끼는 아픔과 고난에 응원하며 더욱 통쾌함을 기다리게 되는지 모르겠다. 어쩌면 너무 뻔한 스토리가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그러면 어떠한가 이렇게 속이 시원한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