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해 아이를 낳고 살면서부터 이름으로 불리기보다 '아줌마', '아저씨'로 불리는 일이 많아졌다. 시답잖고 시시껄렁한 이야기에 언젠가부터 '아재개그'라는 호칭이 붙기 시작했고 그렇게 불혹의 나이가 되니 젊은 세대 축에도, 장년의 나이 축에도 끼지 못하는 어중간한 나이가 되어 흡사 세대 난민이 되어버린 듯한 느낌이 들어 씁쓸해지곤 한다. 그런 느낌은 사회생활을 하며 더 많이 느끼게 되는데 요즘은 '아재개그'를 넘어서 '라떼는 말이야'라고 무조건 꼰대성 발언으로 추세라 말 한번 편하게 할 수 없게 된 것 같다.
'너희들은 내 나이 안될 것 같으냐?'란 말을 내가 하게 될 거라곤 생각지 못했지만 <아재니까 아프다>는 중년이기에 공감할 수밖에 없는 애환을 담은 이야기라 성별은 다르지만 남편의 이야기를 보는 것 같아 짠하게 다가온다.
<아재니까 아프다>는 중년의 A저씨가 겪게 되는 신체 변화 이야기를 담고 있는데 남편이 3년만 젊었다면 이렇게 깊은 공감을 하지는 못했을 것 같다. 젊은 시절부터 한번 아프면 대검사를 할 정도로 몸 상태가 썩 좋다고 할 수 없었던 나와 달리 금쪽같은 사위 생각에 친정 엄마가 보약을 지어줄 때도 워낙 건강해서 한약 따위 먹지 않아도 좋을 체질이란 말을 여러 번 들었던 남편이기에 최근 3년 안에 생긴 각종 질병과 몸의 변화는 더욱 당혹스러웠다.
술을 많이 마시지 않고 흡연을 하지 않음에도 간 수치 변화를 유심히 지켜봐야 할 정도이고 때때로 불거지는 통풍과 노안, 등이나 척추는 물론 무릎의 통증, 위 염증, 탈모 조짐, 장트러블..... 열거하다 보니 남편의 신체 변화를 까발리는 것 같아 왠지 미안한 마음이 들지만 내가 평소 잘 못 챙겨줘서 그런 건 아닐까라는 반성이 무색하게 40대라면 이런 증상을 다들 겪고 있다는 것에 미안함과는 다른 감정이 들었다.
책 속에 아재는 신장결석 때문에 쇄석술을 받는가 하면 탈모 때문에 병원 상담을 받고 척추 쪽에 문제가 있어 허벅지 통증을 느끼며 전립선까지 걱정해야 하는, 거기다 복부비만으로 발생되는 질병까지 걱정해야 하니 이 정도면 걸어 다니는 종합병원인가 싶은 생각이 들 법도 하지만 비슷한 연배의 주위 사람을 보면 이런 증상쯤은 아무것도 아닌 듯이 지닌 사람들이 많다는 점은 역시 나이를 거스를 수 없다는 만고불변의 진리로 다가온다. 허나 아무리 신체 변화를 나이 탓으로 돌리더라도 몸이 아프다면 식습관 개선과 적절한 운동이 필요하다는 당연한 진리 또한 엿볼 수 있어 이제부터라도 잘 관리하여 건강한 삶을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