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드 캐칭'이란 단어에 담긴 의미가 궁금하게 다가왔던 김범정 작가의 <버드 캐칭>은 단어에서 엿보이는 것보다 더 문학적인 문체로 다가오는 소설이다.
어린 시절 미국 플로리다에 있는 팜베이에서 휴게소를 하는 이모와 함께 유학 생활을 했던 도형은 멀지 않은 곳에 지어진 케네디 우주센터를 짓기 위해 방해가 됐던 모기떼를 없애자 그곳에서만 서식했던 검은 새가 멸종되었더라는 이야기를 떠올리지만 웬일인지 도형은 그 이후 미국에서, 몇 년이 지나 집안 사정이 기울어 한국에 돌아와 태안 기름 유출 사건 봉사를 하던 바닷가에서 그 검은 새를 보게 된다.
그런 기억들을 담담히 들려주며 도형은 현재 태안 기름유출 사건을 일으켰던 회사에 인턴생활을 마치고 심사를 앞두고 있다. 정신없는 인턴생활을 마치고 정직이 되는 데까지 걸리는 3주의 기간을 얻은 도형은 대학 조류 동아리에서 알게 되어 오랜 세월 연인이었던 세현에게 연락하지만 그녀는 연락이 닿지 않는다. 처음엔 무엇에 꽂히면 쉽게 연락이 안 되는 성격 탓으로 돌리지만 준영일 미워하지 말라는 세현의 편지를 받고 그녀를 찾지만 일도 그만둔 채 종적을 감춘 세현을 어디에서 찾아야 할지 막막하기만 하다.
세현이 종적을 감추고 그녀가 편지에서 언급한 준영을 찾은 세현은 준영 또한 병원을 그만뒀다는 것을 알게 되고 준영의 연인이었던 지혜를 찾게 되지만 오랜 시간 곁에서 시간을 보냈음에도 결국 준영과 세현이 어디로 사라져버린 것인지 알 수 없게 된다. 결국 도형은 같은 시기에 함께 사라진 준영과 세현이 함께 사라진 것이라 생각하고 마지막 여행했던 곳을 찾기 시작하는 데 이야기를 따라가며 굳이 두 사람을 찾을 필요가 있을까라는 의문이 들었다.
준영과 도형은 한때 친구였지만 세현을 향한 마음으로 인해 연락을 끊긴 친구였지만 이미 사라져 버린 두 사람을 그렇게 찾아 나선다는 것 자체가 나로서는 이해되지 않았는데 도형이 이들을 따라가며 드러나는 비밀을 알게 되면서 '이것 때문이었구나'라며 고개를 끄덕이게 되었다.
위태로운 불안감을 덤덤하게 이야기하는듯한 문체는 젊음이 짊어져야 할 무게를 통해 멸종된 검은 새를 마주하는 도형의 이야기를 아련한 시선으로 바라보게 한다. 도형의 눈에만 보이는 검은 새와 낯선 조류 동아리의 보이지만 잡히지 않는 새에 대한 이미지는 인생의 굴곡에 둥글어지는 자신을 견뎌내기 힘든 청춘의 이상을 표현한 것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