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호종료 바일라 11
윤혜숙 지음 / 서유재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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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유재 / 보호종료 / 윤혜숙 소설집

정확히 들은 건 아니지만 어떤 의미의 단어인지 유추하는 게 어렵지 않았던 <보호종료>는 윤혜숙 작가의 단편들을 엮은 소설집이다.

사라진 얼굴, 돌멩이, 보호종료, 로드 스쿨러, 스카이콩콩의 다섯 개 단편을 한 권에 담아낸 <보호종료>는 청소년들의 최대 고민인 학업, 우정, 진로 등의 문제를 담고 있다. 어른들의 고민이 그러하듯 청소년들의 고민도 어른 못지않은 무게감을 지니고 있어 결코 가볍게 볼 수 없기에 많은 생각이 들게 되는 것 같다. 단순히 딸아이와 함께 읽으려고 집어 들게 됐던 가벼움과는 비할 수 없는 생각거리를 던져주고 있어 항상 복잡한 심경이 되어버리곤 하는데 윤혜숙 작가 또한 청소년들의 다양한 이야기를 다루고 있어 지루할 틈 없이 읽히면서도 독자들이 그에 맞는 고민거리에 멈춰 생각하게끔 이끌어내고 있다.

동갑내기 사촌이 전교 1등은 물론 전국 석차 100등 안에 들었다는 할머니의 전화는 열심히 하는데도 좀처럼 성적을 올리지 못하는 유진이에게는 스트레스 그 자체로 다가온다. 한껏 성적을 올리고 싶지만 노력함에도 올라가지 않는 석차와 점수 앞에서 유진은 대학 최연소 만점 합격자 송수연이 함께한다는 소문에 '이룸 기숙 학원'에 들어가게 된다. 이미 전국에서 신화적 존재인 수연이와 기숙사 한방을 쓰고 싶어 아이들 사이에서 한바탕 난리가 난 상황에서 수연이가 콕 집은 민지가 룸메이트가 되면서 말로만 듣던 수연이의 노트 덕을 본 민지는 쪽지시험과 모의고사 성적을 쭉쭉 올리게 된다. 하지만 그럼에도 민지의 표정은 날로 어두워지고 급기야는 몽달귀신 환영에 시달리며 기숙사를 떠나게 되지만 아무도 민지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지 않는다. 그러거나 말거나 아이들은 수연이와 한방을 쓰며 성적을 올리기에 혈안이 되어 있고 그렇게 유진의 룸메이트인 혜나를 거쳐 유진이에게까지 온 수연의 정체는 이미 예상했던 바로 그것이었지만 이야기에서 말하고자 하는 것은 자신의 얼굴(정체성)을 잃어가면서도 성적을 올리고 유지할 수만 있다면 수연이가 누구라도 상관없어하는 유진의 행동이다. 글로만 보면 이해할 수 없게 다가오기도 하지만 가만히 생각해보면 우리는 너무도 아무렇지 않게 유진이처럼 성적 때문에 나 자신을 잃은 채로 살아가고 있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볼 일이다. 더군다나 상위 성적을 위해서라면 그 어떤 일이라도 마다하지 않는 학부모의 그릇된 잣대도 생각해보게 되는데 뒤이어 등장하는 '돌멩이' 이야기도 성적 때문에 오랜 우정이 금이 가는 이야기라 씁쓸하게 다가왔다.

책 제목이기도 한 '보호종료'는 미용실을 하는 엄마 몰래 메이크업 학원에 다니는 다린이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대학에 진학하길 바라는 엄마의 바람과는 달리 공부에 뜻이 없는 다린이는 메이크업 아티스트가 되는 것이 재밌기만 하다. 엄마에게는 진학 학원에 다닌다며 받아낸 돈으로 메이크업 학원에 다니는 다린이는 엄마 미용실에서 일하는 성복이가 맘에 들지 않는다. 성복이가 보육원 출신이란 점 때문은 아니지만 첫인상부터 남다르게 다가왔던 성복이가 못마땅한 다린이는 이후 성복이를 싸고도는 엄마와 보육원 사람들을 만나게 되면서 성복이의 진면목을 보게 되고 어떤 사건으로 인해 사람들이 보육원 아이들에 대한 편견을 읽게 된다.

앞선 이야기보다는 희망적인 결말을 보여주고 있기에 무겁지만은 않았지만 다섯 편의 이야기마다 어른으로서, 아이로서 받아들이고 생각하게 되는 이야기라 곱씹게 되었던 이야기들이라 아이와 함께 읽기 좋았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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