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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트] 운명게임 1~2 세트 - 전2권
박상우 지음 / 해냄 / 2020년 11월
평점 :
해냄 / 박상우 장편소설 운명 게임 1,2
박상우 작가의 소설은 처음 접하는 데다 무려 2권이란 책으로 첫 대면을 하게 되니 남다른 기대감이 있었는데 애초에 가졌던 기대감보다 예상치 못한 인간에 대한 심오한 철학이 담겨 있어 강렬한 인상을 받게 됐다.
우리에게는 석가모니로 알려진 '샤카무니'의 '이것은 나의 것이 아니다. 이것은 내가 아니다. 이것은 나의 자아가 아니다.'라는 글귀는 알듯하면서도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미궁으로 빠져들게 되는 글귀라 글 속에 등장하는 작가인 나와 작가의 또 다른 분신인 이보리의 이야기를 읽어가는 내내 머릿속을 빙빙 맴돌았던 구절이었다. 알듯하면서도 좀처럼 붙잡히지 않고 저만치 달아나버리는 깨달음만큼이나 이 소설은 그런 기분에 내내 젖게 만들어 흡사 장자의 호접몽을 읽을 때처럼 몽환적인 느낌을 떨쳐버릴 수 없어 나에게는 꽤나 색다른 경험으로 다가왔던 것 같다.
할아버지와 함께 성장하며 학교를 다니지 않고 오직 도서관과 집만을 오가는 삶을 통해 인간의 본질을 꿰뚫게 된 '이보리', 그런 이보리 앞에 자신이 모시는 분의 면접을 잡기 위해 조필규가 찾아온다. 이미 살아온 날이 많아 살 날이 얼마 남지 않은 어르신은 이보리가 쓴 <인간 문제의 궁극에 대한 답>을 읽고 자신의 끝을 알고 우주의 전모를 알려줄 사람으로 이보리를 선택하고 언제든 부르면 대화를 할 수 있고 계약은 어르신이 돌아가실 때까지 이어지는 월 5백만 원의 조건으로 계약을 하게 된다.
그렇게 시작된 이보리와 어르신의 대화는 인생을 살아오며 회한과 자책이 남아 하루하루를 견뎌내는 것이 힘든 나날 속에 자신이 살아온 인생과 인생이 끝나면 자신은 어디로 가게 되는 것인지에 대한 고민으로 이어졌고 그에 대한 해답을 찾기 위해 이보리와의 대화를 이어나간다.
불교적인 용어와 사상이 다분한 시작은 인간이 태어나 살아가고 죽기까지, 사후 어디로 가게 될 것인지에 대한 이야기가 종교적이고도 철학적으로 가득 차 있어 잠깐 딴생각을 하면 낭패를 볼 만큼 집중해서 읽어야 하는 소설인데 다소 어렵게 다가오기는 하지만 누구나 한 번쯤은 생각해볼 만한 문제인 인간의 태어나 소멸하고 그 후 어떻게 되는지에 대해 연속된 생각을 이어갈 수 있게 해주어 꽤나 특별하게 다가왔던 것 같다.
그렇게 시작된 이보리의 강렬한 등장은 소설을 창조한 소설가와 그에 대등한 이보리의 설정에 대한 이야기로 흘러가며 도입만큼이나 만만치 않은 소설이란 느낌을 물씬 풍기는데 애초에 철학적인 이야기는 날밤을 샐 만큼 해도 해도 끝이 없어 분량이 2권까지 가는 건가 싶은 생각에 조금의 의심도 들지 않았지만 어르신의 대화에서 자신의 이름을 타인 부르듯 하는 이보리의 모습을 그저 소설 창조자의 또 다른 분신이라고만 생각하였으나 2권으로 이어지며 긴가민가하던 이보리의 실체가 드러나 SF 적인 요소가 가미되는 박상우 장편소설 <운명 게임>
철학적인 심오함을 드러내며 시작한 소설에 외계의 그것이 가미된 SF와의 결합은 그 자체로는 신선하다 말할 수 없으나 그 어떤 SF보다 철학적 사유가 풍부해 경전을 살짝 할짝거린 강한 느낌마저 드는 소설이라 의외의 호기심과 흥미로움을 안겨주는 소설이었던 것 같다. SF 요소가 있다는 것은 책을 읽기 전에 대강 알고 있었지만 지금껏 보았던 SF와는 확실히 차별화되는 이야기에 언젠가, 어디선가 보았던 그렇고 그런 기존 작품과는 확연히 구별되는 점에서 강한 인상으로 남겨진 것 같다.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아 작성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