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정한 매일매일 - 빵과 책을 굽는 마음
백수린 지음 / 작가정신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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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정신 / 백수린 산문 다정한 매일매일 : 빵과 책을 굽는 마음

 

빵과 차에 관한 일본 작가의 에세이를 읽다가 우리나라 작가의 빵과 차에 관한 에세이도 만나면 좋겠다는 생각을 여러 번 했었다. 그리고 그런 생각을 잊어갈 즈음 백수린 작가의 빵과 책을 굽는 마음을 담은 <다정한 매일매일>이란 책을 만나게 되었다.

우선은 <다정한 매일매일>이란 제목이 피폐해진 감성에 너무도 필요한 단어였기에 그 자체만으로도 따스함이 느껴졌던 것 같다. 최근 새로 일을 시작하면서 손에 익지 않아 하게 되는 실수에 함께 일하는 동료들에게 미안하고 무엇보다 나 자신에 대한 자책이 이어지고 있어 한없이 의기소침해지던 요즘 <다정한 매일매일>이라는 단어만으로도 왠지 모를 위로로 다가왔다니, 제목을 마주하며 며칠 동안 사람의 따뜻한 온기와 다정한 말들을 많이 그리워하고 있었구나란 생각이 들었다.

그동안 백수린 작가의 책 제목은 알고 있었지만 이런저런 이유로 손에 닿지 않아 읽지 못했기에 백수린 작가의 글에 대한 어떤 선입견도 없던 나에게는 제목부터 따뜻함으로 다가왔고 밥보다 좋아하는 빵과 함께 연상되는 소설 이야기가 술술 쏟아져 나오니 책장을 덮을 때 어릴 적 크리스마스 선물로 받았던 종합선물세트를 받은 기분을 오랜만에 느낄 수 있었다.

먹어보지 못한 수많은 빵들과 그 빵에 대한 유래, 그와 함께 떠오르는 어떤 추억거리나 기억, 그리고 그런 것들이 모두 어우러진 작품 한편, 빵이나 케이크를 떠올릴 때 따라오는 기적의 연상법으로 만나게 되는 문학 작품들은 반 이상이 읽지 못한 작품이었기에 내용을 속속들이 알 수는 없었지만 빵에 대한 장소와 추억들과 함께 버무려진 소설 속 주인공들의 등장은 굳이 작품을 읽어보지 않아도 글들이 그대로 마음속에 들어와 고개를 주억거리게 된다.

휴가에서 만난 남녀가 서로의 사생활을 거짓 속에 담은 채 사랑에 빠지지만 그렇게 여름휴가를 끝내고 각자의 사생활로 돌아왔을 때 서로가 너무도 다른 삶을 살고 있다는 것을 자각하는 '베른하르트 슐링크'의 <여름 거짓말>은 한 여름의 지중해 바닷가나 햇살 아래 모든 것이 반짝이는 이상적인 휴가를 연상시키는 '트로페지엔'을, 겨울이 되면 모락모락 김을 올리며 먹음직스러움을 뽐내는 호빵을 좋아하시던 할머니의 기억은 '엘리자베스 스트라우트'의 <내 이름은 루시 바턴>이란 작품과 연결된다. '켄 리우'의 <종이 동물원>에서 포장지를 접어 만들어준 종이 호랑이에 편지가 쓰여있는 것을 나중에야 알게 된 주인공을 보며 종이 포장지며 무엇 하나 버리지 못하고 모았다가 작품 속 잭의 어머니처럼 새로운 숨결을 불어넣어 주던 외할머니의 기억은 포장지와 함께 '롤케이크'를 연상하게 한다. 한 사람의 인생을 성공과 실패란 이분법적인 모습으로만 이해하고 싶은 인간의 모습을 그린 '존 윌리엄스'의 <스토너>는 투박하고 볼품없어 보이는 '옥수수빵'을 연상시킨다.

이렇듯 모양도 맛도 제각각인 빵과 케이크는 작가의 유년시절 기억과 현재를 바탕으로 문학작품과 버무려져 흥미롭게 다가온다. 나이가 들어서야 깨닫게 되는 것들, 어쩌면 그 길이 옳지 않았음을 알면서도 나 자신이 으스러질게 두려워 부여잡고 있었던 것들은 산문 속 작품을 통해 인생의 가치가 무엇이며 그것으로 기존의 나를 깨고 그대로의 나를 받아들이려는 마음을 조금 더 따스하게 감싸주는 것 같다. 인간이 다르지 않음을, 애써 너와 나는 다르다며 아무런 위안도 얻지 못할 위로를 했던 지금까지의 나 자신을 버리고 내가 추구하는, 내가 사랑하는, 나에게 소중하고 타인의 말에 휘둘리지 않는 내가 되기를 바라게 됐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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