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걸어갈 사람이 생겼습니다 - 비야·안톤의 실험적 생활 에세이
한비야.안톤 반 주트펀 지음 / 푸른숲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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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 때 '바람의 딸' 시리즈를 읽으며 평범하지 않은 그녀의 삶에 꽤나 큰 충격을 받았더랬다.

책을 읽으며 이렇게 살아갈 수도 있는거였구나란 생각에 지금까지 보지 못한 큰 세상을 마주한 것 같아 밤새 가슴 설레었던 기억이 있다. 당차며 자기 인생을 스스로 개척해나가는 그녀의 모습에서 아마 나를 비롯해 많은 여성들이 자기 안의 틀을 깨는 계기가 되었을지도 모르겠다.

월드비전 긴급구호를 하며 여전히 세상을 누비는 그녀의 소식을 듣긴 하였으나 결혼했다는 사실은 이 책을 통해 처음 알게 되었다.

<함께 걸어 갈 사람이 생겼습니다>는 오랜 세월 비혼으로 살았던 그녀가 오랜 세월 동료로써, 친구로서 지내왔던 '안토니우스 반 주트펀'과 결혼한 신혼 이야기를 싣고 있다. 모든 부부들의 생활이 그러하듯 비슷한 면과 그와 그녀가 오랫동안 지나온 길만큼 여느 부부와는 다른 뭔가 특별한 것이 있지 않을까란 궁금증도 있었는데 생각보다 현명하고 지혜로운 결혼 생활은 '이런 부분은 나도 좀 배워야겠다'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신박하게 다가왔던 것 같다.

박사학위 논문을 쓰느라 신혼여행을 2년 뒤에나 떠난 부부의 이야기도 역시 다르게 다가왔지만 쿠바로 떠난 신혼여행에서 스페인어와 살사 배우기를 목표로 한 후 여유로운 신혼여행을 즐기기보다 스페인어 공부에 재미를 붙여 어학에 열을 올리는 부부의 모습은 현지 사람들이 미쳤다는 제스처를 취하는 게 이상하지 않을 만큼 독특하게 다가왔다.

한비야와 남편 안톤이 주거니 받거니 함께 이어나간 신혼 일기는 늦깎이 신혼을 시작한 두 사람이 서로에게 상처 주지 않기 위한 방법들을 모색하고 자신들만의 규칙을 정하기까지의 이야기들이 실려 있다. 오랜 기간 연애를 했던 연인들이 결혼 후 달라진 태도에 실망하여 이혼하는 일이 많은 만큼 사랑 하나로 결혼했지만 함께 살면서 생기는 불편함 때문에 다투게 되는 일이 잦은데 한비야와 안톤 부부는 각자 자신들만의 시간을 존중해 주고 그 시간은 서로에게 침범하지 않음으로써 따로 또 같이의 삶을 추구해가는 모습은 공감이 많이 되는 부분이었다.

일 년에 석 달은 네덜란드에서 석 달은 한국에서 보내고 나머지 6개월은 각자의 일에 치중하는 삶을 살아가는 것도 일반 부부와는 다른 모습이었는데 같이하지 못해 서먹하고 소원해지기보다 떨어져 있기에 더 애틋하고 만나면 반가운 마음이 엿보여 이들 부부의 결혼 생활이 더 재미있게 다가와졌는지도 모르겠다.

60대와 50대의 신혼 이야기는 살아온 그들의 연륜만큼이나 지혜롭고 서로를 존중하는 모습이 엿보여 신혼이지만 신혼 같지 않게 여유롭게 현명함이 돋보였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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