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막에서는 길을 묻지 마라
나태주 지음 / 열림원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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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림원 / 사막에서는 길을 묻지 마라 / 나태주 지음

사막하면 고독한 여정이 떠오른다. 망망대해처럼 끝없이 펼쳐진 모래언덕과 모래를 사르는 바람, 강렬한 태양 아래 나그네와 낙타의 스러질 듯하면서도 강인해 보이는 모습이 자연스럽게 떠오른다.

몇 해 전까지만 해도 사막에 큰 매력을 느끼지 못했었다. 사막에서 보드를 타고 형용할 수 없을 정도로 고운 모래를 손으로 가르며 행복을 느끼는 여행자들의 이야기나 사진을 봐도 딱히 감동으로까지 느껴지지 않았기에 드넓게 펼쳐져 길을 잃을 것 같은 오싹한 두려움이 느껴지는 곳을 왜 저리 가고 싶어 할까 궁금해하는 쪽에 가까웠었다. 그러다 언젠가 지구에서 가장 건조하기로 유명한 칠레의 '아타카마 사막'에서 꽃이 피어나는 이야기를 접하면서 왠지 모를 뭉클함과 자연의 신비함, 호기심 등이 생겨났던 것 같다.

그리고 최근 나태주 시인의 시를 찾아보게 되는 일이 많아지면서 <사막에서는 길을 묻지 마라>라는 제목에 인생철학이 담겨 있는 것 같아 곱씹어 보고 싶어졌다.

사막하면 무엇이 떠오르는가?

광활한 모래와 낙타를 탄 나그네의 모습, 오랜 세월 수련을 하는 수도승의 모습처럼 그것을 업으로 삼은 이들의 오랜 통찰과 습관이 배어 숙연해지기까지 하는 이미지는 인간이 인생을 짊어지고 앞으로 나아갈 수밖에 없는 숙명을 보여주는 듯하다. 그리고 시를 읽으면 읽을수록 사막과 낙타를 빗댄 인간의 인생을 따라갈 수밖에 없어진다.

사막에 가고 싶다, 사막이 보고 싶다. 고 생각만 하지 말고 내가 있는 곳이 사막이고 내가 보는 것이 사막이라고 생각하라는 글귀는 가보거나 보고 싶었던 이유가 어떤 것이었건 그것을 받아들이는 사람 마음에 달렸다는 이야기 같아 여러 번 읽게 됐던 구절인데 요즘 일상에서 갑자기 일어나는 소동들로 고민거리가 많던 나에게는 그래서 더욱 와닿았다.

쉽게 읽히지 않고 되돌아가 다시금 읽어보게 만드는 깊이가 있어 마음이 헛헛해지는 이 계절 가슴을 파고들기에 더없이 좋을 시가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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