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갈수록 인생이 꽃처럼 피어나네요>는 용인시에 책방과 북스테이를 하며 <시골 책방입니다>라는 책을 쓴 임후남 작가가 평균 나이 80세의 7분을 인터뷰한 글을 담은 책이다. 평균 나이 80세라니?! 내 나이에 반을 얹은 그분들의 연세가 경이롭게 다가왔지만 7분의 사연을 하나씩 마주하다 보면 80세란 나이는 그저 숫자에 불과할 뿐이라는 무색함을 느낀다.
많게는 85세부터 적게는 75세까지 용인에 터를 잡고 살아가는 어르신들의 이야기는 그분들의 연세만큼 교과서에서 배웠던 역사의 현장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다. 일제시대와 한국전쟁을 겪으며 피폐해진 나라에 줄줄이 딸린 식구들을 부양하기 위해 학업을 포기하고 생활전선에 뛰어들어 고생한 이야기는 그 어느 영화나 소설보다 생생하게 다가왔다.
용인에서 태어나 평생을 용인에 살며 고향의 발전에 기여했던 이양구 어르신, 힘겨운 일에도 하나님을 향한 감사함으로 모든 것을 기쁘게 헤쳐나가며 배움을 전해주는 것을 즐기는 서석정 어르신, 이웃 주민의 일을 대신 봐주러 나갔던 남편을 뺑소니 사고로 잃고 아이들을 학교에 보내기 위해 서울로 상경해 식당 일을 했던 손영자 어르신, 아내의 든든한 내조로 중국에서 가발공장을 크게 해 사업을 했던 염강수 어르신, 80을 바라보는 연세에도 모교에서 경비 일을 하시는 전태식 어르신, 남편을 먼저 보내고 홀로 남았지만 마을 사람들과 다양한 일을 모색하는 박귀자 어르신, 남편의 외도로 힘겨운 시간을 보냈지만 자녀들과 행복한 시간을 보내는 최영남 어르신의 이야기는 못 먹고 못 살던 시대를 다 함께 헤치고 살아온 사람들의 억척스러움과 성실함, 가족을 부양하기 위한 안간힘이 배어있다.
공부를 하고 싶어도 돈이 없어 육성회비를 못내 학교에서 오지 말라는 소리를 듣기도 하였고 줄줄이 딸린 동생들을 위해 고등학교의 진학을 포기하고 돈을 벌어야 했던 맏이의 이야기도 엿볼 수 있다. 그런가 하면 잘 살았지만 갑자기 가세가 기울고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부모님이 몇 년 사이로 돌아가셔서 큰 어려움을 겪은 분도 계셨다. 힘든 살림에도 배움의 끈을 놓지 않고 교장직까지 올라가셨던 분도 계시고 든든한 아내의 내조로 중국과의 수교 전 가발공장을 시작해 큰돈을 번 분도 계시다. 지금 시대에선 상상할 수도 없는 전쟁 이야기나 쌀이 없어 고구마를 점심으로 먹어야 했던 이야기, 그로 인해 어린 마음에 상처를 받았던 이야기들은 어린 시절 부모님과 할머니가 들려주던 이야기와 다르지 않게 다가왔다.
배우고 싶어도 돈이 없어 배울 수 없고 한창 먹을 나이에 먹을 것이 없어 배를 곯아야 했던 어렵고 힘들었던 시절을 겪었기에 평균 나이 80세라는 나이가 무색하게 지금이 더 행복하고 즐거운 인생이라고 느껴질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 당장 아프지 않고 움직일 수 있는 것만으로도 행복감을 느끼는 7분의 이야기는 물질적으로 풍요로운 이 시대에 행복은 무엇인가란 생각을 떠올리며 고민하기에 충분한 강렬함으로 다가왔다. 행복은 멀지 않은 곳에 있음에도 우리는 여전히 행복을 볼 줄 아는 눈을 가지지 못한 채 하루하루를 힘겹게만 지내고 있는 것은 아닌가란 생각이 들어 더욱 힘을 내봐야겠다는 다짐을 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