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부가 둘 다 놀고 있습니다>라는 제목만 놓고 보면 모두 똑같은 생각을 하지 않을까?
'뭘 먹고살지?', '그래도 뭔가 있겠지?', '뭔 정신으로 사는 거야. 참 대책 없이 사네'가 아닐까?, 단순한 호기심에서부터 인생에 대한 조언까지 만나는 사람마다 비슷하면서도 다른, 참으로 다양한 이야기를 듣지 않을까 싶다. 그리고 이런 생각들을 하며 질문을 하는 사람들이 많다고 저자는 책에서 털어놓는다. 읽다 보면 자신이 대신 살아줄 인생도 아니고 남의 정신 걱정하기 전에 나 자신이나 신경 쓰는 게 더 정신건강에 좋은 것 같아 쓴웃음을 짓게 만드는 글에 한방 맞은듯한 기분을 느꼈다.
20년 동안 광고 카피라이터로 일했던 남자, 길치라 차를 사고도 뚜벅이로 다니는 일이 많아 금세 팔아치우고 이후 친구에게 남들이 타고 싶은 차를 받았지만 술을 사랑하고 여전히 길치라는 이유로 고이 모셔두기만 하는 독특한 성격의 남자, 평생 결혼 없이, 가끔 연애는 괜찮지만 비혼주의였던 저자는 한 여자를 만나 지금까지 만나보지 못했던 새로운 인생 전환기를 맞이하게 된다.
부부가 놀고 있다는데 너무 초점을 맞춰 이들이 뭘 먹고 어떻게 사는지에만 관심이 쏠렸었는데 생각지도 않게 등장한 이들 부부의 만남부터 결혼까지의 이야기가 너무 생생해서 나도 모르게 쏙 빠져들게 됐던 것 같다. 슬픈 제목인데 글에서 왜 유쾌함이 묻어나는 거지? 싶었는데 나이가 아주 많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젊지도 않아 딱 그만큼의 연륜이 느껴지면서도 그렇다고 그 나이에 맞지 않는 관점으로 바라보는 부부의 모습이 그래서 더 뭐지? 싶게 재미있게 다가왔던 것 같다.
술을 좋아해서 연애도 그렇게 시작했고 신혼여행을 가서도 종일 호텔 수영장에서 머무는 이들의 모습은 리얼 현실이란 모습을 그대로 보여주는 듯해 더 친근감이 느껴졌던 것 같다. 큰 욕심보다 소박하지만 그들만의 확고한 주관으로 가치 있는 하루하루를 만들어가는 모습은 반전 매력으로 다가와 도입부터 무엇 하나 단정할 수 없는 이야기에 이것이 스릴러 소설도 아닌데 이런 반전들이 있을 수 있나 싶어 허탈하지만 기분 좋은 웃음을 짓게 됐던 것 같다.
그리고 사는 게, 인생이 나 자신 때문에 더 힘들게 느껴지는 건 아닌가... 책을 덮으며 곱씹어 보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