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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가 좋았다가 싫었다가 - 오래, 꾸준히, 건강하게 일하기 위하여
배은지 지음 / 지콜론북 / 2020년 10월
평점 :

지콜론북 / 회사가 좋았다가 싫었다가 / 배은지 지음
최근 '퇴사'와 관련된 에세이를 자주 접하면서 '요즘 키워드는 퇴사인가?'라는 생각에 머물렀던 적이 있었다.
구직 활동 중인 나로서는 '퇴사'에 대한 진지한 고민이 이해되면서도 왠지 조금은 부럽다는 느낌도 들었는데 백수에겐 퇴사라는 단어가 조금은 사치스럽게 다가올 수도 있겠지만 직장인이라면 하루에도 열두 번은 때려치우고 싶은 감정을 초인적으로 누르며 그저 하루를 잘 버텨냈다는 헛헛함과 안도감으로 자신을 위로하려 하지 않았을까.
사실 백수면 먹고사는 문제가 막연해지고 그렇다고 힘들게 직장에 들어가도 이것 또한 내가 원하는 삶은 아닌 것 같은 느낌에 막막함이 들곤 하는데 그런 사이클을 이미 몇 번씩 경험했던 이라면 백수라서, 직장인이라서 뭐가 더 좋고 부럽다란 말을 밖으로 뱉어내기가 조심스럽다고 느낄 것이다. 백수도 백수 나름대로의, 직장인도 직장인 나름대로의 비애가 있기 때문에 한 직장에서 쉼 없이 십 년을 향해가는 저자의 회사 생활은 당연히 좋았다가 싫었다가 할 수밖에.
'무레 요코'의 <세 평의 행복, 연꽃 빌라>라는 소설 속 주인공은 은퇴하여 백수로 살기 위해 회사 생활을 견디며 쓸데없는 지출을 하지 않고 돈을 모은다. 그렇게 몇십 년을 모아 드디어 과감하게 회사를 그만둔 후 주인공은 연꽃 빌라에 입주해 아무것도 하지 않는 삶을 영위해 나간다. 비록 오래되어 낡고 좁지만 그럼에도 주인공은 행복을 느낀다는 설정은 그 당시 나에게는 꽤 충격이었다. 나로서는 한 번도 생각해보지 못했던 것이었기에 주인공이 오랫동안 모으며 회사 생활을 했던 모습에선 왠지 만감이 교차하는 기분이었다. 그리고 <회사가 좋았다가 싫었다가>를 펼쳤을 때 저자가 '직장 생활 10년만 하자'라는 각오가 국민연금이었다고 밝히는 것을 보면서 연꽃 빌라의 주인공이 나도 모르게 떠올랐던 것 같다.
회사 생활이 매일 좋을 순 없으며 그렇다고 매일 힘들기만 한 것도 아니다. 칼만 들지 않았지 전쟁터나 다름없는 현장이라고 생각하며 사람에 대한 기대치를 한껏 낮췄다가도 전혀 생각지도 않았던 사람으로부터 따뜻한 위로를 받으며 기운을 얻기도 한다. 이제 막 사회에 입문한 초년생도, 몇십 년을 일한 임원도 아닌 중간 계급자이 애환이 담긴 글이라 모두 공감할 순 없었지만 딱 십 년 만 일하자란 결심이 일이 싫고 도망치고 싶었던 것이 아니라 정말 잘하고 싶었던 마음이었다는 건 왠지 너무 공감이 가서 기억에 남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