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니 믿지?
송순진 외 지음 / 폴앤니나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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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앤니나 / 언니 믿지? / 송순진 김서령 최예지 김지원 이명제 정여랑 윤화진 임혜연

때론 언니를 통해, 때론 동성 친구를 통해, 때론 엄마를 통해 여자들이기에 공유할 수 있고 공감할 수 있는 연대기를 엮은 <언니 믿지?>는 송순진, 김서령, 최예지, 김지원, 이명제, 정여랑, 윤화진, 임혜연 작가들의 단편집을 모은 책이다.

여자들의 연대기라 하면 꽤 거창하게 다가올 수 있지만 우리 주변에서, 어렵지 않게 둘러봐와지던 이야기라 오히려 더 친근하고 익숙하게 다가온다. 여자라면 겪어봤을 그런 흔하고 흔한 경험들, 자식을 위해 오랫동안 자신의 이름 대신 아이의 이름으로 불리는 엄마라는 존재, 당연하고 익숙하지만 그것이 누군가의 희생으로 거저 주어졌던 것임을 깨닫게 되는 순간들.

복닥거리는 형제들 중 남자라는 이유로 특혜를 받으며 자란 오빠나 남동생의 당연한 건방짐은 부모님이 거동이 불편하거나 아파질 나이가 되면 무례함으로 변해 결국은 먹고 사느라 제대로 된 연애는 물론 자의적 비혼이 아님에도 결혼을 못 한 누나나 여동생에게 옮겨지게 되고 그것이 일반적인 잣대로 그러함이 당연한 것으로 인식되어버리는 사회 속에서 어찌 여자들의 연대가 견고해지지 않을 수 있을까?

소설 속 이야기가 아니라, 나도 겪어봤고 주변에 그런 어려움을 겪으며 등 돌리는 형제들을 어렵지 않게 보아왔으며 그럼에도 자식에 대한 도리와 안쓰러움 속에서 새카맣게 타들어가는 여인네들의 모습을 판에 찍어낸 듯 아직까지도 너무도 당연시되는 것에 더 기겁하게 되는 이야기에 화도 나고 씁쓸하기도 했다.

어떨 땐 여자의 적은 남자가 아닌 여자가 되는 상황에 더 슬퍼질 때도 있지만 그럼에도 바람피우는 남자친구 앞에서, 이혼이 주홍 글씨라고 생각하는 어머니들의 보호막 앞에서 이해가 앞서 안타까움으로 번지는 상황에 어쩌면 나보다 더 안타까워하고 맘 조렸을 그녀들의 연대는 참으로 다양한 감정으로 다가온다.

8명의 작가들이 만들어낸 든든한 백그라운드 같은 이야기, 그저 웃기만 하기엔 뼈아픈 이야기도 있지만 녹록지 않은 현실을 축 처지게 표현하기보다 유쾌함으로 승화시킨 이야기들이 매력적이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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