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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온한 것들의 미학 - 포르노그래피에서 공포 영화까지, 예술 바깥에서의 도발적 사유 ㅣ 서가명강 시리즈 13
이해완 지음 / 21세기북스 / 2020년 10월
평점 :
21세기북스 / 불온한 것들의 미학 / 이해완 지음
미적 안목이 뛰어남은 고사하고 일반적인 기준에도 미치지 못한다는 것이 나 자신을 냉정하게 평가한 것인데 그런 이유로 옷을 입을 때도 뭔가 튀는 의상을 입기보다는 어떻게든 튀지 않기 위해 애쓰는 사람처럼 단색만 고집하게 되는 것 같다. 일상생활에서 경험하게 되는 미의 기준은 각자 그것을 정의 내리는 기준이 달라 아무리 유명한 디자이너의 의상이라도 나에게는 보는 것만으로도 충격적인데 반해 물건이 없어 사지 못할 정도로 잘 팔리는 의상이라는 점을 생각해본다면 도대체 미의 기준은 어디에 두어야 할 것이며 상대방이 말하는 미의 기준이 다 정답인 것도 아닐 것이다.
'미'라고 하면 아름답고 고상하며 품위 있고 누구나 다 인정할 만큼 동일시되어야 한다는 인식이 있지만 모두가 같은 것을 보고 똑같이 생각하는 경우는 의외로 많지 않다. 이런 아리송한 이유들 때문에 거장이 그린 명화에도 큰 감흥을 느끼지 못하며 오히려 위작 논란이 불거질 때마다 전문가가 감정한 그 작품을 과연 진품이라고 확신할 수 있을까란 불신에 이르는 것을 보며 예술은 정말 모르겠다고 도리질 치게 된다.
<불온한 것들의 미학>은 위작이나 포르노그래피, B급 장르의 대중예술을 철학이라는 방식으로 다가가 풀어내고 있다. 제목을 보고 왜 미학 앞에 '불온한'이란 단어가 붙었을까 궁금했던 사람이라면 참 적절하고도 안성맞춤인 제목이라고 생각하지 않을까?
예술적 가치와 미적 가치는 같을 수 없으며 진품과 위작을 두고 진품은 위대하며 탁월하지만 위작은 독창성 없이 모사한 그림이기 때문에 논의할 가치가 없다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전문가조차 위작을 판단하지 못한 그림이라면 미적 가치는 인정해 줘야 하지 않겠냐는 의견 앞에 무엇이 정답이라고 정의 내리기란 사실 쉽지 않아 보인다. 이런 문제를 철학적으로 접근해 의문에 대한 답과 그 반대 의문에 대한 답, 정확히 무엇을 추구하냐에 따라 달라지는 방향에 대해 이 책은 끊임없이 생각하게 한다.
글을 따라가다 보면 머리가 복잡해지기도 하지만 평소 다양하게 떠올렸지만 그에 대한 속 시원한 답을 내릴 수 없었던 의문에 여러 가지 방식으로의 접근을 통해 좀 더 확장된 사고를 따라갈 수 있었다. 꽤 난해하고 예민한 주제이긴 하지만 재미있게도 제시된 단어를 기준으로 생각을 좇다 보면 지금껏 이뤄졌던 격렬한 논쟁이 조금은 허무하게 느껴질 정도라 언급되는 단어나 금세 방향을 전환해 따라가기가 쉽지는 않았지만 꽤 흥미롭게 읽을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