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인 경찰 '다비드 훈'과 그의 정찰선인 TST 1은 정찰 중 토성 상트레겐 계곡에 불시착하게 된다.
늪으로 된 이곳에서 훈과 TST 1은 함께 구조될 수 없다고 판단했고 마침 지구에 있는 딸아이의 출산이 임박했다는 소식을 접한 훈은 TST1에게 금방 돌아오겠다는 말을 남긴 채 지구로 돌아간다.
그렇게 TST 1은 상트레겐 계곡에 점점 파묻히며 훈이 찾으러 오기를 기다렸지만 자신을 미처 발견하지 못하고 가버린 구조선 뒤로 그 누구도 자신을 찾으러 오지 않는 현실에 처하게 된다. 그렇게 늪에 파묻혀 있던 어느 날 모험을 좋아하던 어레스 박사에 의해 TST 1의 날개 부분이 발견되면서 TST 1은 사람의 모습을 한 안드로이드 '티스테'로 다시 태어나게 된다.
하지만 새 삶을 부여받은 티스테는 자신의 첫 주인이었던 훈에 대한 기억을 간직한 채 25년 동안 돌아오지 않는 그를 향해 기다림과 원망 어린 감정을 품고 있는데.... 그런 티스테 앞에 느닷없이 훈의 손녀인 '룻'이 나타나 할아버지가 위독하여 마지막으로 티스테를 보고 싶어 하니 함께 지구에 돌아가자고 이야기하는데....
25년 동안 훈을 잊지 못했던 티스테는 어레스 박사의 허락을 받아 정찰기로 변신해 룻을 태우고 지구로 향하는데 이들의 모험이 또 순탄하지만은 않다. 지구로 향하는 중 티스테에게 붙은 배상금을 타기 위해 해적들에게 납치되기도 하고 티스테를 만들었던 로직스사에 의해 험난한 고행을 겪어야 하는 운명인 티스테와 룻. 사실 룻의 할아버지는 이미 돌아가셨으나 로직스사에서 발견되지 못한 마지막 정찰기인 티스테를 가져오는 조건으로 붙은 배상금으로 병상에 누워있는 엄마를 편하게 해주고 싶어 거짓말을 했지만 티스테에게 깃든 할아버지의 추억과 로직스사의 비밀을 알게 되고 티스테 또한 룻의 거짓말을 알게 되면서 일은 더욱 복잡해져만 가는데.....
룻의 거짓말을 알게 된 티스테, 거짓말을 했지만 마지막에 티스테에게 해주어야 할 것이 무엇인지 느낀 룻, 그리고 이들을 쫓는 로직스사. 이들은 과연 서로의 오해를 풀고 로직스사의 추격을 따돌릴 수 있을 것인가?
SF 장르라면 아무래도 파괴되어 피폐해진 지구와 암울한 분위기, 미래조차 없어 보이는 사람들의 모습이 그려지기 때문인데 좋아하는 장르는 아니나 <버려진 우주선의 시간>은 SF적 요소와 티스테 엔진에 얽힌 놀라운 비밀이 숨어 있기 때문에 손을 그러쥐며 흥미진진하게 읽을 수 있었다. 로봇에 깃든 인간의 소중한 기억과 티스테에게 향할 수 없었던 훈의 이야기가 인간과 AI의 우정을 그리고 있어 미래가 조금은 밝게 다가왔던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