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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인종에 대하여 외 - 수상록 선집 ㅣ 고전의세계 리커버
미셸 에켐 드 몽테뉴 지음, 고봉만 옮김 / 책세상 / 2020년 10월
평점 :



'몽테뉴' 익숙한 이름이다. 허나 그동안 일부러 찾아보지 않았더랬다.
왠지 그저 그런 뻔한 사상이나 이야기를 늘어놓을 것 같아 망설여졌다는 게 제일 큰 이유였던 것 같다.
하지만 <식인종에 대하여 외>를 읽으며 그의 철학과 사상에 단번에 매료되었다.
왜 이제야 만났던가! 싶어 후회가 밀려오면서도 이제라도 알게 된 것에 감사한 마음이다.
<식인종에 대하여 외>는 '식인종에 대하여', '마차들에 대하여', '소카토에 대하여', '데모크리토스와 헤라클레이토스에 대하여', '신앙의 자유에 대하여', '절름발이에 대하여'를 담고 있다. 제목에 등장한 '식인종에 대하여'는 확실히 도입부부터 그의 철학적인 사상을 엿볼 수 있는데 그 시대의 편견과 선입견에 사로잡히지 않고 종족의 우위라는 분위기에 젖어 인간을 짐승 이하로 취급했던 그 시대를 떠올려보면 모든 인간을 동등한 시선으로 바라보는 그의 관점은 감탄스럽기까지 하다.
정복과 약탈이 이어지며 더 많은 것을 축적하기 위해 자행됐던 무자비함은 자신들의 문화와 관습과 다르다는 이유로 미개인으로 취급받았고 그러하기에 노예로 삼거나 죽임을 당하는 일들이 만연했던 그 시대 몽테뉴는 '타인'과 '우리', 나와 같지 않다는 이유로 야만이라 단정 지어지는 것을 나와 다름이라는 관점에서 이해하고 그것을 이성적으로 담아냈다.
지금껏 알지 못했던 미지의 대륙이 발견된 지 70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사람들은 그곳에 대해 알지 못했고 몽테뉴는 다양한 자료와 사람들을 통해 그곳에 대한 호기심을 충족시켜나간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제대로 알지 못한 채 부풀려지고 나와 다르다는 것을 틀림으로 간주하여 그들을 단정 지어 야만인이나 미개인으로 치부해버리는 분위기에 대해 그들보다 더 미개한 것은 오히려 자신들이라고 이야기한다.
그 외에도 몽테뉴가 살았던 시기 절반 이상이 종교전쟁으로 인해 살육이 자행되었던 만큼 주제는 조금씩 다르지만 결국 어느 한쪽에 치우침 없는 이성적 판단에 거듭 감탄할 수밖에 없었다.
"나는 사람들이 이러한 행동이 흉측하고 야만적인 행위라고 비난하는 데 분개하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우리가 그들의 잘못을 곧잘 비판하면서도 우리 자신의 야만 행위는 똑바로 보지 못하는 것이 서글플 뿐이다."
몽테뉴의 이 말은 그가 살던 시대에서 몇 백 년이 흐른 지금도 종족의 우월감에 젖어 자행되는 수많은 폭력과 살인 앞에 진정 고민해야 할 것이 무엇인지 알려주고 있다.
분량이 적어 가벼운 마음에 펼쳤지만 인간에 대한 성찰이 돋보여 그 어느 사상가보다 뇌리에 강하게 기억될 것 같다.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아 작성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