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양지에서 즐거운 일상을 맘껏 즐기는 듯한 표지만 보면 가슴 아픈 이야기는 상상조차 할 수 없어 이야기를 읽을수록 몰입하게 되었던 소설 <나의 도시를 앨리스처럼>
소설은 노엘이라는 변호사가 더글러스 맥파든의 유산을 관리하면서 알게 된 내용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
더글러스 맥파든은 친구였던 조크 댈하우지에게 모든 재산 처리를 맡겼으나 조크 댈하우지가 죽고 파트너 변호사인 노엘이 더글러스의 서류를 넘겨받으면서 얼마 전 더글러스의 매제가 말레이시아 반도에서 교통사고를 당해 죽는 일이 발생하여 새로운 유산 상속을 정리하는 과정에서 첫 만남이 이루어진다.
일에 치여 의뢰인의 정확한 재산 정보를 미처 알지 못한 채 방문한 노엘은 예상과 달리 주방과 거실이 붙어 협소해 보이는 하숙집에서 생활하는 더글러스를 보고 의아스럽게 생각한다. 자신보다 열 살은 어려 보이는 나이임에도 죽을 날이 멀지 않아 보이는 그의 모습에서 그가 죽으면 자신의 재산을 여동생에게 주겠지만 매제가 관리해 주리란 계산이 깔려 있었던 기존의 유언은 여동생과 그의 아들에게로 다시금 고쳐지며 전쟁을 맞이하게 된다. 이후 전쟁이 끝나고 더글러스가 죽었다는 전보를 받은 노엘은 그의 유산을 정리하기 위해 여동생을 찾지만 전쟁통에 이미 목숨을 잃은 상태였고 다음 상속인이었던 여동생의 아들 또한 전쟁 중 일본군에게 끌려가 철도 노역에 희생되어 여동생의 딸인 진에게 상속되기에 이른다. 그리고 노엘의 옛 기억에 남은 파리한 노인에 불과했던 더글러스가 남겨준 유산은 세금을 내고도 5만 3천 파운드에 달했으니... 이 부분에서는 모든 독자가 아마 같은 생각을 하지 않았을까 싶다.
그렇게 유산 문제로 진을 만난 노엘은 이야기 도중 그녀가 전쟁 중 말레이시아 반도를 점령한 일본군의 포로로 잡혀 2천 킬로미터를 떠돌며 강행군한 이야기를 듣게 된다. 그 과정에서 제대로 된 수용소도 없이 여성과 아이들은 하루에 수십 킬로를 걸어야 했고 제대로 씻지도, 먹지도 못하는 나날 속에 죽어나가는 사람들은 늘어나기만 한다. 하지만 진은 희망의 끈을 놓지 않았고 사람들을 도와주며 포로의 나날을 버텨내던 중 호주에서 목동 일을 하던 조 하먼을 만나 약품이나 비누 같은 물건을 건네받지만 결국 일본군에게 발각되기에 이르고 진은 그의 생사에 마음 아파한다.
그렇게 세월이 흘러 죽었을 거라 생각했던 조 하먼이 살아있다는 소식을 듣고 그를 찾는 이야기가 이어지면서 애틋했던 이들의 만남이 어떻게 재현될지 너무 궁금했는데 생각지도 못했던 이야기로 연결되어 더욱 흥미진진했던 <나의 도시를 앨리스처럼>
실화를 바탕으로 한 소설이고 죽기 전에 읽어야 할 소설이라는 점에 호기심을 느꼈다면 소설을 읽는 내내 알지 못했던 전쟁의 단상과 그 속에서 살아남은 이들의 이야기가 오랫동안 메아리처럼 남아 슬프게 다가왔다.
전쟁이란 끔찍한 대학살은 수많은 아픔을 낳았지만 더욱 슬픈 것은 그런 사실을 반성하지 않고 모르쇠로 일관하는 일본의 인간 실격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