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여기를 놓친 채 그때, 거기를 말한들 ㅣ 가랑비메이커 단상집 1
가랑비메이커 지음 / 문장과장면들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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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과장면들 / 지금, 여기를 놓친 채 그때, 거기를 말한들 / 가랑비메이커 단상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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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어가는 가을만큼이나 깊이 있는 문장들이 종이 위를 적시고

독자는 가슴에 와닿는 구절들에 가슴이 젖어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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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여기를 놓친 채 그때, 거기를 말한들>

어디선가 들어본 듯해 낯익은 느낌이 들었다.

알고 보니 독립서점에서 5년간 스테디셀러에 머물며 독자들 마음을 사로잡은 책이라 한다.

문장의 깊이가 다르다 했는데 이미 많은 사람들이 알아본 책이구나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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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에 대한 상념들, 폭력적인 사랑과 이별 후에 오는 잔잔함들,

이따금씩 찾아와 잠 못 이루게 만드는 기억들은 누군가에겐 그 자리에 머물며 한발 작도 나오지 못하게 하는 원인이 되기도 하고

누군가에게는 그럼에도 따뜻하고 고마운 기억을 남기며 괴로웠던 기억을 지우는 강력함으로 다가오기도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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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뜻하고 고마운 기억이 남았다면 부디 행복하라며 상대방의 행복을 빌어줄 수 있을 테지만

전으로 다시 되돌아갈 수 없는 상처만을 남겼다면 같은 이별을 겪고도 같은 마음일 수는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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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이란 감정으로 시작했어도 동일하지 않은 사랑의 무게는 각기 다른 기억과 복잡한 감정만을 지닌 채 이별에 다다르며

그것을 추억하는 우리들의 자세 또한 제각각이라 사랑과 이별, 일상에 대한 무료함들은 비슷하지만 조금씩은 다른 감정을 토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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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험으로 알고 있지만 표현할 수 없었던 감정들이 다양한 사람들에 의해 문장으로 탄생할 때

그것을 마주하는 독자는 묘하게도 위로받거나 공감하거나 차분해진다.

간혹 문장들이 주는 감정을 애써 외면하고 싶어질 수도 있겠지만

한 구절 한 구절을 마주하다 보면 그 또한 녹록지 않았던 글쓴이의 상처가 보이고 나만 힘들어하는 건 아니라는 위안을 받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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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위로받고 그렇게 공감하며 그렇게 다시 몸을 일으켜 나아갈 준비를 하게 된다.

글이, 문장이 주는 힘은 그렇게 타인으로 하여금 삶을 재정비할 수 있는 원동력을 주고

깨달음을 주며 허물어져가는 울타리가 견고해질 수 있도록 힘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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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만난 작가지만 또 다른 사유의 깊이가 느껴져 책장 한편에 두고 생각들이 어지러워 잠들지 못하는 밤마다 꺼내 읽고 싶어질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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