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난 후에 남겨진 것들

떠난 후에 남겨진 것들 - 유품정리사가 떠난 이들의 뒷모습에서 배운 삶의 의미
김새별.전애원 지음 / 청림출판 / 2020년 9월

아직은 누군가를 멀리 떠나보내는 일을 많이 겪어보지 않아 장례지도사와 유품정리사라는 직업이 있다는 걸 책을 통해 알게 되었다. 참 특이한 직업이란 생각과 몇 시간 전까지만 해도 따뜻한 온기를 지니고 있었을 테지만 이제는 망자가 되어 저승으로 가는 길을 준비해 주는 그들의 직업은 결코 돈과 연결 지을 수 없는 경건함이 느껴져 사명감 없이는 쉽게 시작할 수 없는 직업이란 생각이 들었다.

마침 책을 읽기 전 지인과 만난 자리의 화두로 흘러나온 죽음에 대한 이야기를 하다 모 프로그램에 유품정리사가 나와 홀로 죽음을 맞이한 아버지 집에 자식들이 집문서를 찾기 위해 아귀같이 달려들었더라는 일화를 소개했다는 이야기에 많은 생각이 교차했었는데 책을 읽다 보니 그 프로그램에 출현했던 분이 이 책을 쓴 분이란 걸 알게 되었다.

20대 초 형제 같던 친구를 허망하게 잃은 후 시작하게 된 장례지도사와 이후 유품정리사를 통해 고통스럽고 외롭게 죽어간 망자들의 모습을 보며 저자는 자식 걱정에 자주 오지 말라는 부모님에게 안부 전화를, 같이 살지만 피곤하고 바쁘다는 이유로 눈도 마주치지 못하고 사는 배우자와 자식에게 따스한 눈길과 대화를 나눌 것을 강조한다. 더불어 옆집이나 윗집, 아랫집 사람들에게 오가며 인사라도 나누라고 이야기하며 그런 인사나 안부전화가 홀로 외로움을 견뎌내며 죽음을 준비하던 이들에게는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온기로 다가올 것임을 믿어 의심치 않아 한다.

서울대 치대를 수석으로 졸업하고 이제 의사라는 직업으로 사회에 발을 내딛게 될 청년이 선택한 죽음의 무게와 어릴 때부터 무엇 하나 부족하지 않게 키워준 엄마가 힘들어할까 봐 집을 나와 신내림을 받은 후 허망한 죽음을 맞이한 사연, 부모 자식이라는 관계보다 부모가 남겼을 유산에만 아귀같이 몰려드는 자식, 함께 살지만 돌아가신지 며칠이나 지나서야 발견된 할머니를 사치의 여왕이라는 식으로 이야기하던 손녀, 도벽 때문에 이혼했지만 결국 그것 때문에 자살을 선택한 가장과 오랫동안 지병을 앓았지만 유학 중인 딸에게 폐가 될까 봐 아프단 소리 한번 하지 않았던 아버지의 쓸쓸한 죽음 등을 보며 저자는 그들의 죽음을 통해 삶을 들여다본다고 이야기한다. 그들이 남겨졌던 자리를 통해 지독한 외로움과 고독을 느꼈다는 저자의 이야기를 통해 정작 중요한 것들을 놓치고 살고 있는 것은 아닐까란 생각이 많이 들었다.

선택했건 갑자기 찾아왔건 그 누구도 알 수 없는 죽음의 영역에서 그들의 죽음과 지금도 죽음을 향해갈 사람들의 아픔을 외면하지 말자는 이야기는 가슴 아픈 일화만큼 강한 울림으로 다가온다. 있을 때 잘하라는 말을 입버릇처럼 하는 어른들의 이야기를 그저 흘려듣기만 했었는데 책을 읽고 있노라니 그동안 얼마나 철이 없었던 건지 피부로 와닿는 것 같다.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아 작성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