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과 별이 만날 때
글렌디 벤더라 지음, 한원희 옮김 / 걷는나무 / 2020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걷는나무 / 숲과 별이 만날 때 / 글렌디 벤더라 지음

1940년대 지어진 일명 '키니 산장'에서 조는 '유리멧새'를 관찰하기 위해 머물고 있다. 그러던 어느 날 후드티에 반바지 차림의 아이가 집 앞에 맴도는 것을 발견하게 되고 신발도 신지 않은 맨발이라는 점 때문에 근처에 사는 아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조의 곁을 맴돌며 자신은 먼 외계에서 왔다는 말만 되풀이하는 아이의 등장에 조는 경찰 신고는 물론 아이의 집을 찾아주기 위해 실종 아이에 대한 정보를 검색해보지만 아이의 이름이 얼사라는 것 외엔 이렇다 할 단서를 잡을 수 없다.

자신이 외계행성에서 왔으며 다섯 가지의 기적을 보면 지구를 떠날 것이라 말하는 얼사, 굶주림과 허름한 외모는 부모로부터 학대를 받아 가출한 아이처럼 보이지만 말도 안 되는 것 같은 아이의 말에서 조는 얼사가 의외로 똑똑하다는 것을 알게 된다.

상처가 있지만 아무것도 말해주지 않는 얼사, 엄마를 암으로 잃고 자신 또한 암을 앓으며 여성성을 잃어 즐거울 게 없는 조, 그리고 이 둘과 함께 별장 근처에서 달걀을 파는 게이브는 파킨슨병을 앓는 어머니와 자신 또한 광장공포증을 앓아 사회생활이 쉽지 않다.

인간에게 있어 가장 소중하고 홀로 설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가족이란 울타리가 조와 게이브, 얼사에게는 동등하지 않고 오히려 상처와 짐으로 느껴지는 요소로 다가오기에 각자 사연은 다르지만 이들이 가족이란 공허함에서 느꼈던 공감력은 그럼에도 사랑받고 따스한 보살핌을 받고 싶어 하는 인간의 본능에 대해 엿볼 수 있다.

평소 판타지를 좋아하는 편은 아니나 조앤 롤링을 제친 신예의 등장이라는 어마 무시한 타이틀이 호감을 끌어 펼치게 된 책은 의외로 판타지라는 느낌보다는 따스한 관심과 애정을 느끼고 싶어 하는 인간 본연의 모습을 따스하고 철학적으로 담고 있어 잔잔한 감동이 느껴졌다. 이에 이들에 대한 선입견과 편견은 인간이 인간을 바라봄에 있어 얼마나 많은 폭력을 동반할 수 있는가에 대한 내용도 담고 있어 생각할 거리를 던져주고 있다.

인간에 대한 따스함을 포기했거나 몰랐던 각자가 만나 서로에게 마음을 열며 조금씩 따스한 온기를 느껴가는 과정에서 사람에게 받은 상처는 결국 사람으로 인해 치유받는다는 불변의 진리는 그 어떠한 것보다 가슴 뭉클하게 다가왔던 것 같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