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비로 산다는 것 - 가문과 왕실의 권력 사이 정치적 갈등을 감당해야 했던 운명
신병주 지음 / 매일경제신문사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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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신문 / 왕비로 산다는 것 / 신병주 지음

구중궁궐 권력을 둘러싼 암투는 사극을 보는 시청자의 또 다른 흥미거리일 것이다. 왕권을 둘러싼 충신과 간신, 권력이 난무하는 가운데 어제의 적이 오늘의 동지가 되고 어제의 동지를 나의 안위 때문에 내치기도 하는 살벌한 권력구도는 사극에 없어서는 안 될 중요한 요소로 등장하지만 그것이 어디 사극에서만 존재하는 것이랴, 왕이 되기 위해서는 피를 나눈 형제도 죽일 수 있다는 걸 우린 이미 역사를 통해 잘 알고 있다.

억울한 누명을 씌워서라도 조선을 위해서라면, 이란 신념으로 오백 년을 이어온 조선의 역사 속 왕들의 모습을 그린 신병주 교수님의 전작 <왕으로 산다는 것>을 이어 <왕비로 산다는 것>이 출간되었다. 이미 전작을 읽으며 왕 이야기와 떼려야 뗄 수 없는 왕비의 모습 또한 만나봤으면 하는 바람이 있었는데 어쩌면 왕보다 더 파란만장한 삶을 살았을 조선의 여인들, 왕비의 이름으로 살다간 그녀들의 삶을 들여다보는 것은 왕에 견주어도 뒤지지 않을 호기심으로 다가왔다.

<왕비로 산다는 것>은 '새 왕조의 혼란 속 왕비들', '비운의 왕비와 여걸의 등장', '연속되는 폐비와 반정의 시대', '왜란과 호란, 혼란기의 왕비들', '당쟁과 명분의 수단이 된 왕비들', '노론과 소론 사이 지켜야 했던 자리', '근대의 격동기, 마지막 궁중의 모습'이란 7가지 주제로 왕비들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함경도 함흥에서 태어난 이성계는 1351년 17세에 인근 지역 유력 세력가인 한경의 딸인 신의왕후 한씨를 부인으로 맞아들인다. 한씨가 이성계와 혼인을 한 시기는 고려갈 계속해서 북쪽의 홍건적과 여진족, 왜구의 침입을 받았던 시기였으므로 이성계는 집을 비울 때가 많았지만 그럼에도 둘 사이에서는 장남인 방과를 비롯해 6남 2녀의 자녀를 두었고 자녀 양육을 하며 이성계의 내조에도 힘썼지만 이성계가 조선 개국을 앞둔 10개월 전 사망하였기에 왕비로 단 하루도 살지 못했지만 조선왕조실록에는 첫 번째 국모로 기록된다. 이후 이성계가 왕으로서의 거침없는 행보를 할 수 있게 든든한 후원을 한 신덕왕후 강씨의 이야기가 나오는데 태조 이성계를 비롯 숙종 시대의 장희빈, 연산군의 이야기는 단골처럼 등장하기에 신덕왕후 강씨가 자신의 소생인 방번을 후계자로 올리기 위해 방원을 견제하면서 둘 사이가 틀어지게 되고 그 보복으로 방원이 신덕왕후 강씨가 죽은 후 묘를 옮긴 이야기는 왕권의 차가운 민낯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조선시대를 통틀어 위대한 업적을 남겼던 세종대왕 이야기도 빼놓을 수 없는데 양녕대군의 기행으로 왕위에 오른 세종은 어릴 적부터 차기 왕을 이을 문종에게 왕권 교육을 착실히 시켰고 그러했기에 왕비를 들이는 것에도 다른 누구보다 고심한 흔적을 엿볼 수 있었는데 그렇게 고심 끝에 들인 휘빈 김씨와 순빈 봉씨는 문종과 사이가 좋지 않았기에 세 번째 왕비 간택을 후궁 중에서 뽑았고 그렇게 세 번째 왕비 자리에 오른 현덕왕후 권씨는 그렇게 바라던 왕자를 생산하지만 이틀 만에 눈을 감는데 그렇게 이틀 만에 어미를 잃은 단종은 이후 세조의 왕권 찬탈로 단종에서 노산군으로 강등되고 신하들의 복귀 운동에 위협을 느낀 세조의 자결 명령에 안타까운 생을 마감하면서 단종의 부인이었던 정순왕후 송씨 또한 짧은 왕비 생활을 마치고 평민으로 강등되며 생계를 위해 옷감을 물들이는 일을 했다는 이야기는 단종의 죽음만큼이나 안타깝게 다가왔다.

왕위에 오르면 늘 후사가 문제였고 왕비를 비롯해 후궁이 여럿 있었지만 적장자로서 왕위에 오른 왕이 많지 않다는 사실은 의외로 다가온다. 그러하기에 왕위를 둘러싼 찬탈 싸움과 반정이 일어났고 그로 인해 왕의 곁에 함께했던 왕비의 수난 또한 피해 갈 수 없었는데 왕비란 자리를 이용해 또 다른 권력 남용의 기회가 되기도 했지만 그런 우려 때문에 가족이 왕으로부터 내쳐져진 이야기도 적지 않으니 권력 앞에 부모 형제도 없는 냉정함은 왕비 또한 피해 갈 수 없었으니 파란만장한 그녀들의 삶은 비단옷과 비싼 장신구, 산해진미를 맛본다 하여 즐거울 수 없었음을 알 수 있다. 삼간택이라는 절차가 자신과 집안에 영광을 줄 수도 있지만 반대로 화를 입히게 될 것이란 것을 알았다면... 하지만 알았다 해도 무언가를 선택할 수 없었던 그녀들의 처지는 그것대로 마음 아프게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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