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계 불황이라는 이 시대에 책이 없어서 못 판다는 이야기가 가능할까?
읽기 전에도 고개가 갸웃거려졌지만 다 읽고도 정말 책들이 다 팔렸다는 게 믿기지 않았다.
책을 좋아하는 사람으로서 대형서점도 아닌 동네 책방에서 책이 다 팔렸다는 이야기는 가슴이 벅차오를 정도로 감동적인 이야기지만 한편에 드는 생각은 어떻게 그런 일이 가능했을까였다.
<어디에나 있는 서점 어디에도 없는 서점>은 서점 최초 책 완판 신화를 만들어낸 경주에 자리한 책방 <어서 어서>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천년의 고도 경주에서 나고 자라 그곳에 터를 잡고 동네 책방을 열기까지, 애정을 가지고 독자를 만나기 위한 큐레이션과 책을 담는 약 봉투로 독자들의 마음을 사로잡기까지, 대형서점 부럽지 않은 판매를 기록하다 코로나19 사태를 겪으며 힘겨웠던 시간들을 한 권에 담아냈다.
이미 입소문이 자자한 곳이라 안 다녀와 본 사람이 없을 정도로 유명한 곳이지만 내가 처음 방문했던 3년 전만 해도 동네 책방에 대한 이미지가 낯설 때라 경주 핫스폿이라 불리는 황리단길에 자리한 <어서 어서> 서점은 신선함 그 자체였다. 알고 간 것도 아니었고 인스타란 문명을 받아들이기도 전이었으니 <어서 어서>에 대한 정보가 있을 리 만무했을 그때 경주에서 핫한 곳이 황리단길이라는, 마침 근처 유적지를 둘러보고 시간이 남아 늦은 점심이라도 먹기 위해 들렀던 황리단길에서 브레이크 타임에 걸리지 않았더라면 그 길지 않은 구간을 하나하나 훑어볼 일도 없었을 텐데 그렇게 딱 눈에 띈 것이 <어서 어서>였다. 더군다나 책에 대한 욕심이라면 모자라지 않는 나에게 있어 그날 <어서 어서>의 발견은 가히 운명적이라고까지 할만해서 아직도 어제 일처럼 생생하게 기억되는 것 같다.
정형화된 대형서점에서만 줄곧 책을 구매해오던 나의 취향을 단박에 사로잡는 책은 눈에 띄지 않았으나 그로 인해 그동안 내가 얼마나 대형 출판사의 입맛에 길들여져있었던가란 생각을 해보게 되었고 규모가 크진 않지만 아기자기하게 꾸며 활기찬 기운을 불어넣을 수 있는 공간을 발견했다는 기쁨이 꽤나 크게 다가와 문을 열고 나서면서도 몇 번이나 되돌아봤던 경주 책방 <어서 어서>
인천의 명물인 중고서점을 제외하면 동네 책방에 대한 기억은 아마 <어서 어서>가 1호였을 텐데 그런 생생한 잔상이 있었기에 이 책이 더욱 반갑게 다가왔던 것 같다. 그리고 <어서 어서>의 2호점 <이어서>를 만나볼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 하니 다음번 경주 방문은 즐거움이 배가 되지 않을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