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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사랑의 확률
이묵돌 지음 / FIKA(피카) / 2020년 9월
평점 :
왠지 끈적거리는 연애 소설 같아 크게 관심을 가지지 않으려는 찰나 눈에 띈 '이묵돌'이란 이름, 얼마 전 <마카롱 사 먹는 데 이유 같은 게 어딨어요> 에세이를 읽고 변화무쌍한 감정을 받았기에 그가 쓴 소설은 어떤 느낌일지 궁금했다.
'복잡한 수학 문제처럼 알쏭달쏭한'이란 표지에 쓰인 글자가 '사랑'이란 감정과 어찌 이리도 잘 어울릴까 싶게 다가오는데 이 책의 주인공 민혁은 사랑, 연애엔 관심이 1도 없는 종자이다. 오로지 공부, 특히 수학이 너무너무 재미있다며 연애할 시간도 마다하고 하루 종일 도서관에 짱박혀 지내는 민혁을 보는 엄마의 속은 타들어간다. 고등학교 때야 대학을 가야 했으니 이성에 무관심한 민혁이 그저 기특했지만 스물두 살이나 먹었는데도 여자는커녕 매일 수학 문제와 씨름하느라 세벌의 옷을 돌려 입고 머리는 언제 감았는지도 몰라 '이 자리에 내가 있었노라'에 점을 찍는 비듬을 풀풀 날리는가 하면 도저히 안되겠기에 사람 구실하라며 얻어준 자취방을 청소도 안 해 돼지우리보다 더한 열악한 조건으로 만들어놨으니 엄마의 마음이 오죽했을까.
어렸을 때부터 수학 문제 푸는 것을 좋아했고 그랬기에 친구들과 어울려 놀기보단 책상에 명치를 바짝 대고 앉아 몇 시간 동안 부동자세로 공부만 하는 민혁이를 아버지는 기특해하며 자랑스럽게 여겼지만 병에 걸려 눈 감는 순간에도 자신의 죽음을 알리지 말라는 유언에 따라 민혁이는 수능을 본 후에야 아버지가 돌아가신 것을 알 정도로 민혁이에게 공부란 각별함 그 자체였다.
하지만 대학생이 되어 연애 좀 해보라며 엄마에게 등 떠밀려 자취를 시작했으면서도 방탕함을 전혀 즐기지 못하는 민혁이를 안타까워하던 엄마는 학교 다닐때 인싸였던 사촌누나 은희를 꼬드겨 민혁이가 연애할 확률에 높아지도록 지도를 부탁한다. 그렇게 이루어진 이모와 조카 간 모종의 계략에 할 수 없이 민혁이는 아르바이트 자리를 구하기 시작하며 은희 누나의 코치를 받게 된다.
집과 도서관만 오가다 보면 연애할 확률이 적어진다? O, X ??
머리를 질끈 동여매고 오는 건 그나마 나은 편이고 보통 도서관에 공부하러 오는 사람들, 특히 독하게 공부하려는 사람들은 대개 모자를 쓰고 온다. 얼굴을 보기는커녕 모자 그늘에 가려진 얼굴을 보기도 전부터 느껴지는 위압감은 쉽게 말을 붙일 수 없게 만들어 오후 창가 가득 비친 햇살을 받으며 열공중인 여주인공이 잠깐 자리를 비운 사이 따뜻한 격려의 메시지를 붙인 캔커피가 자리에 놓여있는, 드라마에 등장하는 뻔하디 뻔한 장면이 현실에선 얼마나 존재할지 나 또한 궁금하기 짝이 없는데 그래서 이 소설은 드라마에 등장하는 '응당 연애란 이런 것이야~'라는 것들을 현실감 있게 확률의 공식으로 풀어놓고 있어 재밌게 접근할 수 있다.
챕터마다 등장하는 수학 문제는 좀 많이 곤란하다 느꼈지만 에세이로 먼저 작가의 글을 접한 나로서는 소설을 더 재미있게 쓰시는 분이었네란 각인이 더 크게 작용할 듯하다. 여하튼 그래서 민혁이는 사촌누나의 코치로 연애의 확률에 좀 더 가까워졌을까? 궁금하면 얼른 읽어보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