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효석문학상 수상작품집 2020 - 소유의 문법
최윤 외 지음 / 생각정거장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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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효석 문학상> 수상작을 통해 다양한 필력을 지닌 작가들을 만나게 된다. 이번엔 누가 상을 받았을지에 대한 호기심과 아직 접해보지 못한 작가라면 미지의 영역에 발을 들여놓는 듯한 설렘과 이미 다양한 작품으로 만났던 작가라면 반가움과 기존 소설과는 어떻게 다른 느낌으로 다가올지 궁금해진다.

이번 <소유의 문법>의 최윤 작가님이 대상을 수상하였고 그 외 우수작품상으로 김금희, 박민정, 박상영, 신주희, 최진영 작가의 작품을 두루 만나게 되었다. 대상 수상작인 최윤 작가님과 우수작품상의 신주희 작가님은 내게는 조금 낯선 작가님이었고 그 외 작가님들은 이런저런 소설들로 만났던 느낌이 있었기에 올해 이효석 문학상은 전체적으로 편안한 느낌이 들었던 것 같다.

대상 수상작인 <소유의 문법>은 제목부터 왠지 쉽지 않다는 느낌이 강했던 소설이다. '소유'란 낱말을 소설에서 만나게 되면 나는 '집착'이란 단어가 떠올라 왠지 긍정적인 이미지로 다가오지는 않는데 그런 '소유'란 단어와 '문법'이란 단어가 만나 제목이 되었으니 참으로 낯설면서도 감도 오지 않아 더욱 궁금증이 들었던 작품이었다. 그리고 다 읽은 후 이어지는 정홍수 문학평론가의 작품론은 정신을 안드로메다로 날려버릴 만큼 읽으면서도 온통 까마득한 느낌이라 이 소설을 더 모르겠는 소설로 만들어버렸으니 실로 글을 쓰는 이와 글 속에서 의미와 모순을 찾아내는 평론가의 예리함이라 말하고 다른 의미에서의 집착에 혀를 내두르게 되었다.

태어날 때부터 일반 아이들과 다르게 태어난 동아는 얼마 살지 못할 거라는 의사의 의견과 다르게 정신지체를 앓으면서도 무럭무럭 자라난다. 하지만 열세살이 된 동아는 뭔지 알 수 없는 의미의 고성을 지르기 시작했고 동아의 부모님이 어르고 달래도 쉽게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이로 인해 아파트 경비실에 항의 전화가 들어가는 등 점점 살던 곳을 떠나 사람이 많지 않은 한적한 곳을 찾던 그때 아내와 CC였던 대학교 은사님이 계곡에 지은 자신의 별장을 잘 관리해 주는 조건으로 사는 것을 부탁한다. 이렇게도 시기적절한 은사님의 부탁은 부부가 학창 시절 은사님의 뛰어난 애제자도 아니었고 졸업 후 연락을 이어왔던 제자는 더더욱 아니었기에 독자로서도 의구심이 드는 장면인데 여하튼 그런 것을 더 머리 굴려 생각할 수 없을 정도로 다급하고도 딱히 살만한 곳이 없었으니 동아의 아버지이자 화자인 주인공과 동아는 계곡의 단층 주택으로 이사해 살기 시작한다.

가장 가까운 이웃집과는 도보로 5,6분이 걸리는 거리였고 동아가 고성을 질러대도 항의 전화가 올 염려가 없었으니 동아의 아버지는 안심하게 된다. 이사 와 낯선 환경에 동아의 증세가 나아지진 않았지만 차츰 뜬금없이 지르는 고성이 수그러들며 동아의 증세가 나아지는 상황에서 계곡 주변에 사는 이웃들과 왕래를 하게 된 동아 아버지는 계곡 주민들이 은사님에 대해 적대적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

자신이 살고 있는 별장 위에 위치한 또 하나의 별장도 은사님이 것이었고 처음 이장의 입김으로 참석한 자리에서 은사님의 험담이 쏟아지며 소유권을 주장하는 장 대니얼을 두둔하는 사람들을 보며 동아 아버지는 차마 찬성한다는 사인을 할 수 없었고 그 뒤 노골적이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전처럼 호의적이지도 않은 사람들의 시선을 받게 된다.

지체장애, 십 년이 넘게 연락하지 않은 은사님의 호의, 은사님을 향한 험담의 진위, 계곡이란 환경과 왠지 돈독한 그들만의 세상에 첫발을 들인 주인공이 그들의 제안을 거절한 일 등은 새롭게 등장할 이야기를 방해하며 너무도 익숙한 스토리를 상상하게 했는데 너무도 뻔한 상상력은 예상하지 못한 결말과 이어지지만 아마 독자라면 비가 오는 계곡의 한여름밤이란 대목에서 어느 정도 눈치챌 수도 있었을 것이다. 여하튼 왠지 알 수 없는 기묘함이 들러붙어 그렇게 결말을 맞이한 이 작품은 정확한 이유를 알 수는 없었지만 작품론을 읽으며 '그렇구나~, 그렇게 해석될 수 있겠구나' 싶어 더 알 수 없을 것 같은 소설이었지만 그럼에도 조금은 알 것도 같은 소설로 갈무리되었다.

그 외 이름만 봐도 쟁쟁한 작가님들의 공인된 필력만큼 작품들 또한 다양한 우울감과 다양한 관점을 통해 그 어느 수상작품집보다 풍성하다는 느낌이 강하게 들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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